3나노 양산계획 삼성, "EUV 장비 공급 확보경쟁"
재계 "이재용 등 경영활동 위해 사면 검토해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 출장길에 나선다. 반도체 등 경쟁이 격화되는 차세대 산업 영역에서 사업에 힘을 싣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혐의 공판에서 삼성측 변호인은 6월 9일과 6월 17일 공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6월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 출장을 간다는 사유에서다.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불출석 사유를 받아들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출장은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ASML사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노광장비(EUV) 공급 협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 장비는 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는 필수 장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ASML 방문을 하는 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SML의 EUV 장비는 이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이곳 밖에 없다 보니 모든 회사가 그 장비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가 얘기하는 3나노, 4나노, 5나노 반도체를 하려면 EUV 장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3나노미터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계획을 밝힌 상황으로, TSMC의 기술을 추월하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3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TSMC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산업 주도권을 삼성전자가 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며 3나노미터 최신 공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 등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메모리만 하는 게 아니라 파운드리도 하는데 TSMC 등과 장비를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 등을 하기 위해 TSMC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지난 2020년 10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출장을 5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도 네덜란드의 ASML이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이끌고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안내하는 한편 지난달 30일엔 방한 중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양 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정권 교체 이후 재계에선 이 부회장 등 기업 오너들이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직접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손 회장은 "우리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 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