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뉴욕증시가 가파른 내리막에서 소폭 반등에 성공했으나, 시장의 유동성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저가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유동성이 코로나 팬데믹 패닉장이 연출되던 2020년 초반 수준으로 말라가고 있다면서, 소량의 매수 및 매도 주문에도 가격이 급변동해 투자 난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년 전에는 유동성이 바닥을 찍은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연방준비제도(연준)라는 소방수가 등장했지만, 연준이 본격 긴축 모드로 돌아선 올해는 그러한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니콜라오스 파니기르트조글루 JP모간 전략가는 "시장 깊이(market depth)가 2020년 3월 못지 않게 안 좋은 상황"이라면서 이는 시장이 비교적 대규모 거래 주문이 나왔을 때 큰 폭의 주가 변동이 수반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미국 소매판매 호조에 힘입어 큰 폭의 반등세를 연출했지만, 저가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올해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미 증시와 글로벌 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은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히며 고꾸라졌다. 지난주 미 증시 S&P500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유동성 감소는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자들은 다시 거래를 머뭇거리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 있다.
통신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변동성이 유동성 감소를 초래한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이 줄어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인지 선후 관계를 알기는 어려우나,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고갈 상황은 지난주 연준이 직접 언급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9일 연준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부 측정에 따르면 최근 발행된 미국 국채와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유동성이 지난해 말부터 감소했다"면서 "최근의 유동성 악화가 과거 심각했을 때보다 극심한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유의미하게 악화할 위험은 평상시 때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UBS의 바누 바웨자 수석 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성장 둔화보다 유동성 고갈이 현재로서는 시장 조정을 부를 수 있는 더 심각한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