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순밥' 실패에 재도전...2000원대 프리미엄 전략
'첨가물 마케팅'에 CJ제일제당·오뚜기 등 난색
햇반보다 450원, 오뚜기밥보다 920원 비싸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종합식품기업을 꿈꾸는 하림이 '더미식 밥(The미식 즉석밥)을 출시한 가운데 '즉석밥을 먹기 전 밥에서 이취(異臭)가 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광고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2000원대의 프리미엄 즉석밥을 내세운 하림이 사실상 경쟁사를 겨냥한 네거티브 마케팅에 본격 나선 셈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출시한 '더미식 밥'의 차별화 포인트로 '100% 쌀과 물로만 만들어 본연의 풍미를 살렸으며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쌀과 물의 살균과정을 거쳐 무균실에서 즉석밥을 제조하기 때문에 첨가물 없이도 장기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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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식 밥' TV광고 장면. [사진=하림] |
그러나 하림 '더미식 밥'의 '첨가물 제로' 마케팅에 업계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자칫 기존 즉석밥 제품에 '첨가물이 들어갔다'는 이미지를 덧씌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의 '햇반'의 경우 극소량의 미강추출물이, 2위인 오뚜기밥에는 0.2%가량의 산도조절제가 함유돼있다. 관련해 CJ제일제당은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추출물이 '식품'으로 분류된다며 '첨가물'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도 "산도조절제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안정성을 인정받은 물질"이라고 피력했다.
하림의 '더 미식밥'은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은 '순밥(순수한 밥)'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하림은 지난해 3월 순밥(순수한밥)을 출시할 때에도 '첨가물 제로' 마케팅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순밥은 경쟁사 제품 대비 높은 가격(개당 2100원)과 낮은 인지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다 지난해 말 단종됐다. '순밥' 출시 당시와 비교해 '더미식 밥'이 달라진 점은 이정재를 앞세운 '더미식' 브랜드와 11종으로 늘어난 라인업 정도다.
하림은 '순밥'이어 '더미식 밥'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격도 고가 정책을 적용했다. 더미식밥(백미, 210g) 개당 가격은 2300원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1850원) 보다 24% 비싸고 오뚜기의 '오뚜기밥(1380원)' 대비 66%가량 높은 가격이다. 1000원~1500원선을 유지하는 일반 식당가의 공기밥과 비교하면 최대 두 배 이상 가격차가 벌어진다. '더미식 밥'의 고가 정책에 대해 김홍국 하림 회장은 "더미식은 좋은 원료를 사용해 높은 품질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가격을) 10~20% 더 주고 살 수 있는 품질인가는 소비자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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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하림] |
'더미식 밥'의 1차 목표는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차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67%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인 오뚜기는 30.7% 수준이다. 전체 시장은 4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즉석밥 후발주자인 하림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 무리한 네거티브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들에 높은 가격을 이해시키기 위해 경쟁제품을 깎아내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림이 강조한 '쌀 살균 및 무균 공정'에 대해서도 뚜렷한 차별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 유통되는 즉석밥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료를 살균하는 무균공정 필요하다"며 "나름의 기술력을 적용했겠지만 무균공정 자체가 엄청난 차별점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엽적인 내용을 크게 부풀린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순밥'이 고가, 프리미엄 전략으로 실패했음에도 같은 포지션을 취한 것이 의아하다"며 "즉석밥은 워낙 가격에 예민한 품목이라 개당 2000원 넘는 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