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에 깜짝 발탁되자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유배', '제2의 김현미'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3선 국회의원과 두 차례 제주지사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경선 주자로 뛰었던 유력 정치인의 입각이 '정치적 유배'라는 해석을 낳았다는 것은 부동산 문제가 단시간에 풀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인 듯하다.
김명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
원 후보자는 지난해 당내 경선 패배 후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아 정책 공약을 총괄했고 당의 대선 승리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장을 지내며 윤석열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주류 인사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국토부 장관에 내정되자 일각에선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다. 대망(大望)을 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그를 내부 세력의 견제를 받는 '미래 권력'으로 봐서 그의 국토부 장관행이 사실상 정치적 유배와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지 못할 경우 그의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곧 '제2의 김현미'를 연상시킨다. 원 후보자와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분야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힘 있는' 실세 정치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만약 원 후보자가 장관 취임 후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할 땐 말 그대로 '제2의 김현미'가 되는 것이다.
원 후보자는 앞서 윤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곧 부동산이 차기 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현안이자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을 수 있는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윤 당선인과 원 후보자 모두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원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에 내정된 이후 줄곧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과격한 발언은 되도록 삼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책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원 후보자가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원 후보자는 지난 14일 뉴스핌이 주최한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정권교체가 됐다고 해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때려잡듯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와 현실을 잘 반영하며 정교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는 서로 차별화하고 공격해야 표를 얻고 집권을 하기 때문에 차이가 강조되지만 막상 정권 인수 작업을 해보니 전 정권에서 해온 것을 이어받거나 전 정권의 협력을 얻어야 할 사안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국토부 장관 이력이 항간에 떠도는 '정치적 유배'가 아닌 대권가도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력은 적극 발휘하되 정치적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 문제를 정치 논리가 아닌 시장 원리로 풀어낼 때 그가 '정치적 독배'를 들지 않을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정치적 수사(修辭)'를 앞세워 현 정부가 펼친 정책을 무조건 되돌려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정치 이념을 강요해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것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그동안 우리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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