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 원인 놓고 노사 갑론을박
노조 "코로나19 빌미로 인력 감축"
사측 "구조조정 없었고 인력 충분"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소속 30대 노동자가 점검 작업 중 뒷바퀴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공항 측이 구성원들의 요청대로 인력을 미리 늘렸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 사고였다는 것이다. 다만 사측은 이를 전부 부인하고 있어 한동안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끼임사고로 사망…노조 "인력충원 요청 무시"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경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한국공항 지상조업 장비점검작업장에서 A씨(38세, 남)가 점검 작업 도중 변을 당했다.
A씨는 항공기 견인차량(토잉카)의 뒷바퀴를 들어올리고 그 아래 머리를 넣어 누유 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당시 A씨의 작업 위치를 몰랐던 다른 작업자가 차량 시동을 껐고, 이로 인해 올려져있던 뒷바퀴가 원위치로 돌아오면서 A씨는 사망했다.
지난 26일 오후 5시경 한국공항 소속 노동자가 근무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비점검작업장 [사진=공공운수노조] 2022.04.27 swimming@newspim.com |
명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노동조합은 한국공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반면 화물 운송기와 운항편수를 확대하며 남은 직원들에게 방대한 업무를 짊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야근과 폭발적인 업무로 민주한국공항지부는 계속해서 인력충원을 이야기했지만, 회사는 듣지 않았다"며 "인력 부족 상황에 점검실적을 맞춰야 하다 보니 순서대로 진행해야 할 전기점검조와 유압점검조 작업을 동시에 투입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한항공도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한국공항의 인력충원을 위한 예산 권한을 대한항공이 쥐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국공항의 지분 59.54%를 보유하고 있다.
노조는 "인력충원을 미루고 무리하게 작업을 지시한 한국공항과 원청사인 대한항공이 노동자를 죽인 셈이다"라면서 "인력충원이 제때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국항공 "고용지원금 받아 구조조정 못해"
통상 기업들은 경영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인력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에 따라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항공 역시 여객기 운항 수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대폭 쪼그라든 상태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한국항공의 연간 매출은 5185억원, 영업이익은 230억원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에는 매출 3032억원에 영업손실 50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3455억원, 영업손실 9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다.
노조가 한국공항을 비판하는 배경도 여기에 기반한다. 한국공항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공항의 전체 직원 수는 2602명으로 1년 전 2865명에 비해 약 9.2%(263명) 줄었다.
지난 26일 오후 5시경 한국공항 소속 노동자가 근무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비점검작업장 [사진=공공운수노조] 2022.04.27 swimming@newspim.com |
그러나 한국공항 측은 노조의 '인력부족'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있어 당분간 노사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코로나19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만큼 바이러스 유행 이전 수준의 물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장비 가동률도 줄어든 상태라는 게 한국공항 측 입장이다. 또한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었다고 한국공항 측은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해고나 감원 대신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14개의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돼 평균 임금의 최대 90%까지 지원 받는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인해 인력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지난해 줄어든 인력 200여명은 정년퇴직 인원으로 구조조정 등 의도적으로 인력을 줄인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 경찰의 현장조사가 이뤄졌고 회사 자체적으로도 비상대책반을 운영해 사고를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한국공항에 작업중지 조치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한국공항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이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한국공항의 직원 수는 관리직(360명)·현업직(2187명) 통합 2547명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산재)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됐으며, 50인 미만 기업은 오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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