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숙박 안 했지만 범죄 성립
실종아동 신고없이 보호하면 실종아동법 위반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가출한 10대 소녀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려 한 40대 남성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전경세 판사) 재판부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에 대해 지난 14일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가출한 B(14)양이 지난해 4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낼 곳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B양에게 연락해 가사일을 도와주면 숙식과 생활비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집 주소를 알려줬다. 와이파이 이름과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현금 1만원이 든 집안 서랍장 사진을 보내주고 그 돈을 꺼내 먹을 것을 사먹으라고도 했다.
B양은 A씨가 알려준 집 주소로 찾아가 가방을 두고, 핸드폰을 충전하러 인근 PC방에 들른 뒤 다시 A씨의 집으로 갔다가 B양 보호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을 만났다.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2022.04.20 yoonjb@newspim.com |
실종아동법 제7조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 등을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보호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 등을 보호하면 같은 법 제1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실종아동법 제7조에서 금지한 보호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가출한 실종아동은 일반적으로 집을 나와 자신이 숙박할 수 있는 장소를 제일 먼저 찾기 마련이고, 숙박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장기간의 가출 생활이 힘들게 된다"며 "가출한 실종아동에 대한 숙박 장소의 제공은 실종아동에 대한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지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양이 피고인의 제안에 응해 피고인의 주거지에 찾아왔고, 자신의 짐을 그 주거지에 놓아두는 등 계속 머물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과 B양이 직접 대면하지 않았거나 B양이 실제 피고인의 집에서 잠을 잔 적이 없다는 것과 별개로, 숙박 장소의 제공과 관련된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지원이 이뤄져 피고인의 보호행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yoonjb@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