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해 기금 손실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제단체들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지침은 상위법의 위임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위법이라는 법률검토 결과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8개 단체는 20일 오후 2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경제계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표소송을 포함한 수탁위 활동의 법적 근거 마련과 위법한 현행 지침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2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2.25 mironj19@newspim.com |
이날 토론회는 전경련을 포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8개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대표소송을 추진해 보기도 전에 결정 권한을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한 임기 3년의 비상설 기구에 맡기는 이유는 자명하다"며 "대표소송 제기로 기업과 그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장기간 소송에서 패소해 기금손실이 나더라도 정부와 국민연금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지난해부터 두 차례 논의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현재 기금위 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단체 의뢰로 법률자문을 수행한 조현덕 김앤장 변호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국민의 신탁재산으로 주식을 취득해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곧바로 국가가 사기업 경영에 개입·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헌법 제126조의 취지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금의 대표소송 진행 시 해당 회사의 기업 신뢰도와 가치가 제고되고 이것이 장기적 주주가치에 반영돼 가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표소송 제기를 통해 대상기업의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없고 학계에 일치된 견해가 확립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가치 제고로 인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귀속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지 않아 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정토론에서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이 토론자로 나서 여러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곽관훈 교수는 "수탁위 위원은 금융·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대표소송을 판단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적으로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한 수탁위가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경우 기금운용에 대한 고려보다는 여론이나 정치적 판단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현수 경제정책실장도 수탁위와 관련해 "기금운용본부에 비해 이해집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3분의 2가 비상근으로 이루어져 다각도의 영향분석보다는 개인적 판단에 좌우될 소지가 많다"며 "수익성이 기금운용의 제1원칙인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결정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금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단체들은 수탁위 활동 지침의 위법성을 검토한 이번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지침의 전면 개정 요구, 공익감사청구를 비롯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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