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피싱, 전년보다 166% 급증…"사기 수법 전환"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보이스피싱 등 피싱 사기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수백만원 피해에 그쳤던 메신저이용사기(메신저피싱)은 최근 들어 사기 조직들이 원격조종 앱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 피해 규모가 수천만원대로 불어나고 있다.
메신저피싱 등 사이버금융범죄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사용환경이 확장되면서 대두된 범죄로, 앞으로도 더욱 진화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안모(58) 씨는 지난 3월 31일 딸을 사칭한 신원불상자로부터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지금 전화하는 휴대전화로 연락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대회를 걸어 신분증,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원격조종을 위한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피싱 일당은 안씨로부터 전달받은 금융정보를 이용해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받았고, 그 돈을 8개 명의의 계좌로 총 9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총 피해금액은 3318만3456원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수법이 다양해지고 피해액이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피싱지킴이」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2022.02.24 1141world@newspim.com |
안씨의 피해는 메신저피싱으로 분류된다. 메신저피싱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사이버금융범죄에 추가됐으며 보이스피싱과 유사하지만 전화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찰은 메신저피싱 피해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메신저피싱은 주로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후 핀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이를 현금화했다. 혹은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가 망가졌다며 수리비 명목으로 상대적으로 소액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이 많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처럼 메신저피싱 피해로 1000만원 이상 큰 금액이 빠져나간 사례는 드물다"며 "예전에는 불가능하던 원격조종이 가능해지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기 광주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된 상태다.
◆메신저피싱, 전년보다 166% 급증…"사기 수법 전환"
메신저피싱 사례는 통계 집계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연이체, 금융거래 한도제한 등의 조치로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보다 줄어든 데 반해 메신저피싱은 전년 대비 166%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금액은 1682억원으로 전년보다 28.5%(671억원)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형별로 보면 엄마 등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7%(618억원) 급증했다.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메신저 등을 통한 비대면채널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기수법이 대출빙자형에서 메신저피싱 형태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존에는 소액 피해가 주를 이루던 메신저피싱에서 원격조종 앱 등 새로운 기술이 사용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씨와 유사한 사건에서 현금인출책으로 가담해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최우진 판사는 지난해 7월 컴퓨터등사용사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명령했다.
A씨가 가담한 사기 조직은 안씨 사례처럼 카카오톡 등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스마트폰에 원격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의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피해자 명의의 카드 대출 1920만원, 현금서비스 630만원 등 총 2550만원을 증권계좌로 이체했다. 이후 96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구매하고 6개의 대포통장으로 나머지 금액을 옮겼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또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인출책으로 활동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비교적 짧고 직접 인출해 전달한 금액은 피해 금액보다는 적은 편이며 피해자들에게 피해회복을 하고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과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커 처벌의 필요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22' 보고서에서 "피싱범죄는 특히 메신저를 이용한 다양한 범죄수법을 전개하며 더욱 지능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싱범죄로 기대되는 이익, 즉 건당 피해액이 2019년 1696만원에서 2021년 2464만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등의 요인이 피싱범죄를 저지르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피싱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법집행과 형벌의 강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올해도 여전히 피싱사기는 계속해서 증가추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