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금통위 일정 이후 한은과 비공개 회담
추경호 "한은은 정부와 경제정책 조화 이뤄야"
추경 앞두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 커져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물가급등에 대응해 한국은행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적절히 섞는 폴리시믹스(policy mix)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14일 이후 비공개 회담을 가질 방침이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7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은행은 정부와 경제 정책에 있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만약 간담회를 한다면 최근 물가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서로 얘기를 나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하며 지난 2011년 12월 4.2%를 기록한 이후 10년 3개월만에 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석유류, 공업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정부는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 추가 인하와 LPG 판매부과금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주유소의 모습. 2022.04.05 yooksa@newspim.com |
통계청에 따르면 3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4%를 상회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두 배나 웃도는 수치다. 기대인플레이션도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한은은 당분간 4%대 월간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 2월 전망(3.1%)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정책 대응 등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하반기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따라 달라서 이를 예측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치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보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은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했다. 이에 한·미간 기준금리가 축소하거나 역전할 경우, 외국인 자본의 해외 유출 가속화·환율 절하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 미국은 연 0.25~0.5%로 현재 한·미간 내외금리차 상단은 0.75%p 차이가 난다.
설상가상 정부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따른 재정확장 정책이 물가 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면, 물가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래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통화량 급증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자산버블 붕괴,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은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성이 커지면서 인수위에서 한은에 직접 비공개 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서 최근 밝힌 바와 같이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와 한은은 회담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폴리시믹스 방안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폴리스믹스란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시키는 등 복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도 물가 목표만을 위해 정부와 대립하기 보다는 협력적인 스탠스를 취할 방침이라고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논의되는 통화정책 트렌드는 '3C'(Comprehensive, Consistent, Coordinated)로 정의된다"며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 구조조정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보고 정부와 협력해 일관된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4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5월에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고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인상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