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소비자뿐만 아니라 주유소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화물업계는 "기름값 폭등으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당 평균 2001.78원이다. 경유는 L당 평균 1918.05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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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1900원을 넘어섰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1.95원 상승한 리터 당 1904.35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900원을 넘긴 것은 2013년 10월 셋째 주 이후 약 8년여만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22.03.10 kimkim@newspim.com |
서울 영등포구의 A주유소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른 이후 손님이 1/4 정도로 줄었다"며 "오는 손님들도 기름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놀라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는 B주유소 관계자도 "그나마 이 일대에선 서울에서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손님이 줄기는 매한가지"라며 "저렴한 주유소 찾는 사람들은 경기도나 외곽으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도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이모(29) 씨는 "직업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편인데 최근에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고민이 크다"며 "예전에는 무조건 자동차를 끌고 지방에 내려갔다면 요즘에는 교통이 편한 곳이라면 KTX 등 다른 이동편을 알아본다"고 귀띔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조모(32)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번 기름을 넣을 때마다 6~7만원 선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10만원 가까이하는 것 같다"며 "그나마 대중교통으로 직장을 오가는 편이라 큰 타격은 없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나 운송업자 등은 부담이 커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화물노동자들 "유가 인상으로 생계위협"
화물노동자들은 기름값 폭등과 관련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지난 21일 "유가 인상으로 화물노동자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반해 화물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모든 부담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14t 화물 트럭을 운행하는 화물노동자 정호화(46) 씨는 "지난해 요소수 공급 차질 때문에 백방으로 뛰어다닐 때도 힘들었다. 차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일이 있어도 운전대를 잡지 못해 답답했다"며 "그래도 이 악물고 일하려는데 매일 넣는 기름까지 값이 오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류비 지출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100만~150만원은 더 나왔다"며 "밤낮없이 일해서 손에 쥐는 게 300만~400만원인데 손써볼 틈도 없이 100~150만원이 더 빠져나가면 4인 가족이 어떻게 살라는 건가. 내 차 시동 걸고 일하러 나가는 게 두렵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평균과 비교했을 때 카고형 화물차 중 12톤 이상 화물차의 한 달 유류비 지출은 약 175만원 증가했다.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5톤 이하 화물차도 64만원 증가했다. 비교적 무거운 철강재를 운송하는 25톤 화물차는 유가 상승으로 1년 전에 비해 한달 유류비만 25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