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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DLF 소송 패소…금융권 "CEO 경영공백 우려"

기사입력 : 2022년03월18일 13:55

최종수정 : 2022년03월18일 13:55

우리·하나은행 정반대 판결에 은행권 "의아하다"
하나은행 재판부, 내부통제기준 마련에 엄격 잣대
CEO 책임 커져…경영공백·금융안정성 훼손 우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법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중징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에게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서 패소한 함 내정자의 항소 결정으로 3년 가량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 훼손, 금융 CEO의 경영공백 및 경영리스크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상대로 낸 중징계 취소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DLF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함 부회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나은행 사옥. (사진=하나은행)

7개월 전 비슷한 이유로 항소한 손 회장의 손을 들어 준 재판부와는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판결을 가른 핵심쟁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별표2'의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이다.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에는 ▲준법감시인 자격 ▲준법감시조직에 인적·물적 자원배분 ▲법규 취지 이해를 위한 임직원 교육 ▲준법감시업무 관련 지휘·보고체계 마련 등 구체적인 16개 항목을 정하고 있다.

이 항목들은 내부통제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한 규범이다. 결국 법원이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달리했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리은행 재판부는 실효성 자체가 내부통제기준 마련 위반을 판단하는 법정사항이 될 수 없다고 본 반면, 하나은행 재판부는 실효성 자체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자체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지적사항을 들여다보면 법원은 하나은행이 상품의 위험정도와 무관하게 상품 권유 사유를 선택하도록 전산시스템을 마련, 운영했다고 지적하고, 이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봤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의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 6항은 '내부통제기준은 금융회사(금융지주회사인 경우에는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등을 말한다)의 가능한 모든 업무활동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하며, 업무절차 및 전산시스템은 적절한 단계로 구분하여 집행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담당 재판부는 금감원의 우리은행 처분사유 중 '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에 대해 절차 운영상 문제로 봤을 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보진 않았다.

내부통제기준의 예측가능성에서도 두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당시 재판부가 세부적 실체적 내용에 관한 결정기준이나 업무의 세세한 내용 및 세부적 절차에 대해 규제기관도 사전에 예측해 모두 포괄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하나은행 담당 재판부는 은행 외부의 비정형적 요인에 의한 경우에 대해서도 예측가능성의 범위 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하나은행 1심 법원이 금융기관 컴플라이언스(준법) 규정 설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수범자들로 하여금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효성 여부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판단한데 대해서도 사실상 사후적인 결과책임을 강조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확대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판결이 금융회사 CEO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 CEO 선임절차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에 의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는 등 여러 절차와 검토를 거쳐 장기간 이뤄지는데,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못할 경우 장기간의 경영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CEO의 경영공백은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통화정책, 코로나 펜데믹의 장기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경쟁력 하락, 적시적소의 정책 미비를 야기해 결국 주주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대체투자가 도입되면서 구조가 복잡한 상품도 들어오게 된 상황에서, 모든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CEO에게 지게 한다는 건 과도하다고 본다"라며 "한편으론 이번 법원 판결은 은행의 상품 판매 프로세스가 더 엄격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yh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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