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러' 국가 리스크 커 신규 거래 중단
정부 차원서 원화 결제 대체 계좌 개설 유력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국내은행과 러시아 현지와의 금융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금융당국이 당초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되지 않는 현지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을 판단한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무역금융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원화 대체 계좌 개설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오르거나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은행에 대해선 거래 자체가 차단됐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제2은행인 △VTB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프롬스비아즈뱅크 △방크 로시야 △소브콤방크 △브네시코놈뱅크(VEB) 등 7개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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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러시아 7개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미 진행 중인 거래의 경우 이들 은행이 스위프트 퇴출 발효일인 12일 전에 종결시키거나 제재 받지 않는 현지 다른 은행과 거래를 새로 터야하지만, 두 방안 다 어렵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정보다 빠른 대금지급을 요구한다고 해도 거래 상대자가 계약조건을 들어 거부한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 신용장 개설은행에서 거래가 막히면 신용장을 다른 은행으로 양도해서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이 방법도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의 신규 거래는 사실상 원천 차단됐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거래하는 국가 리스크를 따질 수밖에 없다"라며 "러시아의 리스크가 큰 만큼, 제재 받지 않는 은행과도 신규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우리나라를 비우호국가 목록에 올리면서 러시아 루블화로 채무 상환을 하도록 했지만, 루블화로 수출대금을 지급받는 방안은 사실상 무용하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우리기업들이 받으려고 안할 거고, 은행들도 루블화를 무역통화로 설정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가 휴지조각이 된 상황에서 우리기업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며 "또 환거래은행과 달러화·유로화·엔화 등 특정 통화를 통화코드로 설정해 놓는데, 리스크가 큰 상황서 루블화를 무역통화로 추가할 가능성도 없다"고 언급했다.
결국 기업차원에서 수출입기업이 직접 어음을 끊거나 원유 등 선물거래 하는 방안과 정부 차원에서 대체계좌를 개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금융 거래가 차단되면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계좌를 통해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관계 외교당국과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범정부 TF 차원에서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특정 은행과의 거래 금지 외에도 국내 은행이 러시아 은행과 거래할 때 거쳐야 하는 중개 은행측에서의 거부 등 다양한 문제가 있어서 계속 국내 은행과 소··통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무역대금 결제 대안으로는 원화결제대체계좌 개설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앞서 서방 국가의 금융 제재로 대다수 금융사가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된 이란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은 우리은행·IBK기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만든 원화 대체 계좌를 활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