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영향 미미…대 러시아 익스포저 0.1% 수준
환율 급등 따른 환차손, 은행 기타영업손실 반영
유동성 위기 수출입 기업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여신 미회수로 인한 자산 건전성 악화 등이 거론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는 16일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6300억 달러지만 현재 가용 가능한 규모는 고작 300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들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국가부도' 직전까지 강등시켰고, JP모건은 오는 31일부터 운용하는 모든 채권지수에서 러시아 채권을 제외키로 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또 다시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갱신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루블화가 놓여있다. 2022.03.08 kimkim@newspim.com |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은행권에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회사의 대 러시아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는 작년 말 14억7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4% 수준에 불과해 디폴트가 현실화해도 당장의 타격은 미미하다는 관측이다. 금융사 가운데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 규모는 약 6000억원 수준.
은행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국내기업 본사에서 지급보증이 제공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양호한 외화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은행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에 따른 자금 동결로 단기 자금 시장에서 기업들이 도미노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가 연쇄적으로 확대될 경우 익스포저 규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는 은행 자산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 러시아 수출입기업과 거래하는 은행에서 신용장을 개설했거나 여신이 발생한 부분에서 회수가 어려워져 은행 자산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러시아 국채에 직접적으로 투자한 건 없어서 디폴트로 인한 일차적인 손실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밸류체인에 영향이 생기면 국내 업체들의 영업에도 타격이기 때문에 대손비용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은행들에 대해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상황 감안 시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며 "이에 금감원은 지난 4일 은행 재무담당 부행장(CFO)과의 간담회를 통해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발생 우려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8일 장중 달러당 123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1250원 대 상승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외화자산 보유분이 환율 등락에 따라 환산손익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고, 환율 상승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손실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며 "은행권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평가익 부분이 반영돼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외화 채무를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상환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 환차손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은행의 기타영업손실 확대 사유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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