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동해시 부곡동에 개교하는 해솔학교에 아이들로 북적일 거다. 특수학교가 반대 목소리 때문에 몇 년간 한걸음도 진척이 없을 때, 우리 장애부모들은 언제 학교 터를 닦을 수 있을까? 안개 속을 걷는 마음으로 수도 없이 (구) 남호초 운동장에 가곤 했다.
한쪽 구석에 늘어진 버드나무, 운동장 둘레로 어르신들이 운동하며 만들어 놓은 길, 벽화가 그려진 높은 담장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멋진 학교와 놀이터, 노란 통학버스 여러 대가 운동장을 채웠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특성을 생각해 내부 자재, 색상, 기자재 하나하나 세밀히 고르신 담당자 분들과 개교준비 위원회에 감사드린다.
코로나19로 학사일정을 운영하기 너무나 힘든 지금 개교를 하게 되어 선생님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고생길이 훤한 이 학교로 지원해주신 선생님들이 너무나 고맙다.
장애자녀를 둔 우리 부모들은 특수학교가 생기니 일반학교에 보내야 하나,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나 하는 중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동해에 특수학교가 없어 새벽부터 강릉, 태백 특수학교로 통학차에 태워 보내야 했고, 장애가 심해도 선택의 여지 없이 일반학교에 있어야 했던 때를 생각하면 이런 고민도 행복일지 모른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특수학교 개교로 인해 일반학교에 있는 장애학생들이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특수학교도 생겼는데, 왜 일반학교에 남아 있지?" 하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 된다. 특수학교는 분리교육을 하는 곳이다. 우리 사회는 통합을 향해 가야 하는데, 특수학교 설립이 거꾸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교사들이 '장애학생도 내 학생이다'라고 생각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장애 학생들에게 일반학교는 또래와 상호작용을 하고 모방하면서 사회에 통합될 준비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장애학생에게 무관심한 학교는 가슴에 상처를 주고, 패배감을 주는 곳이 될 수 있다.
2021년 개봉한 다큐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 "특수학교는 있어서는 안 되는 학교에요. 사회 통합에 방해가 되요. 하지만 입시위주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라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특수학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동등한 학교 구성원으로 생각해주는 사회적 통합, 통합학급에서 장애가 있고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고 학습에서 배제되지 않고, 개별적 특성에 맞는 수업을 받는 교육과정 통합을 속히 이루길 바란다.
6월 강원도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뽑는다. 그러나 공약을 살펴보아도 장애학생과 관련된 내용이 없어 실망감이 크다. 강원도교육감은 특수학교를 설립했다고 장애학생을 향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장애학생의 숫자는 적지만 장애학생을 고려한 통합교육은 천천히 배우는 학생, 부적응 학생, 다문화 학생, 정서장애 학생 등 다양한 교육 요구를 가진 학생들을 학교가 품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미래교육의 형태로 제시하는 개별화교육을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교육감 후보에게 바란다! 당선이 되면 장애 학생도 일반학교에서 개별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의 전문성을 갖춰 주시길, 비장애 학생들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따가운 시선으로 보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회 구성원들로 자라게 해주시길 바란다.
동해시장애인학부모회 회장 최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