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거리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후 한반도 정세 전망
조선중앙통신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실전배치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30일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선언한 모라토리움(발사유예) 선언 일부를 파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31일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 전망'이란 분석자료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중국도 매우 비판적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미국이 또다시 새로운 대북 제재를 채택할지를 지켜본 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30일 진행했다"고 31일 보도했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2017년 9월 화성-12형이 마지막이다. 2022.01.31 [사진=조선중앙통신] |
정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을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있다"며 "따라서 김정은이 2018년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대미 신뢰조치 차원에서 동년 4월 당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린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의 일부를 파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에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지 않았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미국이나 남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북한의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특정 국가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방력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취해졌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그로 인해 중국 동북지방 지진 피해를 경험한 중국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핵실험장 복구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러므로 핵실험 재개보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북한이 2017년에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과 화성-15형 검수사격시험"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채택하면 한국과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간주하는 '화성-14형'의 검수사격시험을 먼저 진행한 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검수사격시험까지 진행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함으로써 2017년에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현재 생산돼 실전배치되고 있음을 공개했다.
검수사격시험이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돼 있다는 의미다.
통신은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다"며 "검수사격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국방과학원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서북부지구에서 조선 동해상으로 최대고각 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하였다"며 "국방과학원은 미사일전투부에 설치된 촬영기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화상자료를 공개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과 함께 미사일 탄두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 사진도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어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고각(높은각도)으로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 정점 고도는 약 2000㎞로 탐지됐다.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500∼5000㎞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미국령 괌까지의 거리는 3400여 ㎞다. 화성-12형은 2016년 4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앞서 2017년 9월 화성-12형이 마지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동향을 보고받고 안보상황과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어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움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바 관련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14일과 17일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에이태킴스'(KN-24)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이어 지난 25일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27일 함경남도 함흥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한 달에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쏜 것은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북한이 가장 많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4년 3월과 7월로, 당시 스커드 계열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각각 6차례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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