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 감사위원회 상임감사 선임 '함흥차사'
노조와 갈등·정치 인사 우려 속 원장 연임
과학기술 패권 급변…실력 중심 선임해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과학기술계가 인사 때문에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갑작스런 발탁인사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 공석이 되더니 1년이 넘도록 연구회 감사위원장 임명은 흐지부지 됐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나서면서 전면 보류됐다. 또 임기 만료를 앞둔 출연연 원장에 대한 연임도 안갯속으 빠져들었다. 세계는 과학기술 패권시대로 빠르게 달려가지만 한국 과학기술계는 여전히 사람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관리하는 NST 이사장이었던 임혜숙 장관은 임기 3개월만에 NST를 떠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자리를 옮겼다. 예상치 못하게 수장 공백 사태를 빚은 NST는 부랴부랴 새로운 공모를 진행, 지난해 7월 김복철 이사장을 취임시켰다.
NST 정책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복철 이사장의 취임으로 NST와 출연연이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출연연의 감사일원화를 위한 감사위원회의 위원장 등 상임감사 선임이 1년 넘게 공회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말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법(과기출연기관법)이 개정돼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서는 NST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조직해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감사일원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지난해 4월 1일 감사위원회 조직이 신설된 이후 상임감사 자리는 공백상태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임감사 선임을 마무리짓겠다는 게 NST의 계획었으나 이미 해를 넘겼다. 그나마 논란을 빚었던 상임감사 인원을 지난해 3명까지 축소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기는 했다.
상임감사 선임이 늦어지는 데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차일피일 늦어지기 때문이다. NST 내부 직원을 청와대가 인사검증한다는 것을 두고 과학기술계는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출연연의 감사를 하나로 묶어 비능률적인 개별 출연연의 감사를 지양하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상임감사 자리가 공기업의 낙점 인사처럼 전락할 경우, 제대로 된 감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출연연 원장의 연임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오는 3월 말에 임기를 마치는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 대상이다.
이들 출연연은 이미 NST의 기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과기부의 적합 판단만 받는다면 원장의 연임 조건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7월 20일 과기출연기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연임 자격이 '매우 우수'에서 '우수' 등급 이상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연임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원자력연은 박원석 원장과 노조와의 갈등이 첨예하다. 구성원들의 불신임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들린다. 김명준 전자통신연 원장은 자리를 노리는 외부 인사들 때문에 자칫 정치적인 이유로 연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인 출연연과 이를 감시하는 감사위원회의 인사가 안팎으로 흔들리다보니 연구자들 역시 예민해지고 있다. 출연연 일각에서는 과학기술계를 홀대하면서도 자리가 날 때만 관심을 갖는 정치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조에서는 연구자들의 성과를 거둔 평가를 모두가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리더 역시 연구자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그만큼 과학기술계가 안정돼야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노벨 과학상의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제대로 된 인사가 필요할 뿐이다. 인사검증은 관리기관인 NST 이사회에 맡길 필요가 있으며 출연연 원장의 리더십을 위한 제도 개선도 절실하기만 하다.
중국은 이미 우주 기술로 우리나라를 뛰어넘었고 국제사회는 반도체 기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을 넘보고 있다. 이제는 정신 차려야 한다. 인사 문제로 주춤해서는 안된다. 과학기술인 역시 정치권을 향해 줄을 설 때가 아니다. 실력으로 검증받고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인재 등용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때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