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오미크론 유행이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밀어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유행을 계기로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일상생활을 되찾는 엔데믹(endemic·토착병) 전환에 한발자국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2.01.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EMA의 마르코 카발레리 백신 전략 책임자는 "언제 팬데믹 터널의 끝에 도달할지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면서도 "오미크론으로 자연 면역인구가 백신 면역인구를 추월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엔데믹 시나리오에 다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주기적 n차 추가접종 실효성 떨어져
EMA는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계속 맞는 것이 지속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고, 성공적이지 못한 전략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견해를 지지했다.
카발레리 책임자는 "우리가 매 4개월 마다 부스터샷을 맞는 전략은 잠재적으로 신체 면역반응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부스터샷 집행은 접종 피로감만 키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MA는 각국 정부들이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늘리고, 되도록이면 독감 예방접종처럼 겨울철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4차 백신 접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인이라면 3차 접종까지만 해도 중증·사망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된다고 입을 모은다.
주기적인 n차 백신 접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면역학자들도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안티제닉신'(original antigenic sin·항원성 원죄)이다.
이는 최초의 면역반응을 일으킨 제1항원과 제2항원에 의해 면역이 형성될 때 제2항원보다 제1항원과 강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50개가 넘는 변이를 일으킨 오미크론이 돌파감염이 쉽고 향후 출현할 새로운 변이에는 더 쉽게 뚫릴 가능성이 큰 것이 이 때문이다.
◆ 자연면역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해야
이에 최근 오미크론 감염력을 활용해 자연면역 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길거리가 마스크를 쓴 시민들로 가득하다. 2022.01.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면역학자 스콧 헨슬리 박사도 주기적인 추가 접종을 주장한 많은 전문가 중 한사람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출현에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스라엘 연구 등을 보면 초기 1·2차 접종만으로도 T세포와 B세포 면역반응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독감처럼 매해 겨울이 오기 전 한 번의 접종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헨슬리 박사는 오미크론 유행으로 자연 면역인구가 늘면 바이러스가 급격히 변이할 기회가 줄어들어 엔데믹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오미크론 변이가 자연면역 인구를 늘려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낙관했다.
1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의 데비 스리다르 공중보건학 석좌교수는 트위터에 '언제, 어떻게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보는지' 게이츠에게 질문했다.
게이츠는 "세계 각국이 오미크론 유행을 맞으며 의료 체계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오미크론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확진 사례는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처럼 대처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오미크론은 최소 내년까지 수많은 면역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백신 면역과 더불어 자연면역이 동시간대 충분한 인구에 영향을 미친다면 바이러스 확산 속도는 늦춰질 것이고 엔데믹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