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각종 오리지널 시리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OTT에 대적할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방송사들이 올해 로맨스, 퓨전 사극, 코믹 휴먼극 등 클래식 장르들로 사랑을 받고 있다.
◆ 채널A·TV조선…'쇼윈도'-'엉클'로 드라마 강세
드라마계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채널A와 TV조선이 최근 집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채널A는 지난해 11월 남편의 여자인 줄 모르고 불륜을 응원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치정 멜로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을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TV조선 '엉클' 포스터 [사진=TV조선] 2022.01.12 alice09@newspim.com |
이 작품에는 송윤아를 비롯해 이성재, 전소민과 이선진, 김정태, 김승수, 문희경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시작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미 드라마계에서는 소재로 자주 쓰였던 불륜 치정이라 초반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회는 2.0%(닐슨, 전국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시작했지만 6회는 약 3배 가까이 상승한 5.9%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극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불륜 소재와 추악한 상류층의 민낯이 더해지면서 시청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또 불륜 피해자인 한선주(송윤아)를 상처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여자이자 또 다른 복수를 다짐하는 시청자들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인물로 그려내 타 불륜 드라마와 차별점을 두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로 인해 2.0%로 시작했던 '쇼윈도'는 현재 8.4%(14회, 1월 11일 방송분)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종편,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또 전국 기준 시청률은 채널A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이다.
지난해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TV조선이 이번에는 코믹 휴먼극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누나의 청천벽력 이혼으로 얼결에 초등학생 조카를 떠맡은 쓰레기루저 뮤지션 삼촌의 코믹 유쾌 성장 생존기를 담은 이번 작품은 KBS2TV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오정세를 필두로 내세웠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채널A '쇼윈도: 여왕의 집' 포스터 [사진=채널A] 2022.01.12 alice09@newspim.com |
여기에 전혜진, 박선영, 이상우, 이시원, 정수영, 이나은, 송아경, 황우슬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엉클'의 특징은 악역들을 상대로한 잔인한 복수극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내 주변에서 봤을 법한 오정세(왕준혁 역)는 캐릭터들이 처한 어려움을 평범하게, 코믹하게 때로는 짠하게 풀어나간다.
OTT와 각종 드라마가 잔인함과 불륜, 살인 등을 소재로 삼을 때 '엉클'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편안한 작품으로 다가갔고, 이는 적중했다. 2.4%로 시작한 '엉클'은 9회는 7.9%까지 상승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0회(1월 9일 방송분)는 다소 하락한 7.0%를 기록했으나 분당 최고 시청률은 8.3%로 주말 방송된 전 채널 미니시리즈를 중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 MBC·SBS, 사극과 로맨스로 대세…"클래식 장르는 통해"
종편뿐 아니라 지상파의 드라마도 OTT의 강세 속에서 선전 중이다. MBC는 잠시 기근을 보였던 퓨전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올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기록한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여느 사극과 달리 새로운 해석을 더해 신선함을 강조했다.
또 이산(이준호)와 덕임(이세영)의 절절한 감정과, 퓨전사극임에도 역사관을 충실히 따른 것도 인기 요인을 꼽혔다. 그 결과 '옷소매 붉은 끝동'의 마지막 회는 17.4%라는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해 우리는' 포스터 [사진=스튜디오N·슈퍼문픽쳐스] 2022.01.12 alice09@newspim.com |
SBS도 영화 '마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최우식과 김다미를 주연으로 내세운 로맨스 '그 해 우리는'으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청춘 로맨스를 소재로 한 만큼, 주연 배우들의 로맨스와 영상미, OST가 인기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괴로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호평을 얻고 있다. '그 해 우리는' 역시 '쇼윈도' '엉클'처럼 초반 시청률은 다소 부진했지만, 좋은 퀄리티로 호평을 얻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3.2%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5%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 방송사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재인 클래식 장르들로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OTT는 TV매체에서 보기 힘든 거침없는 장르들과 대사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에 비해 제약이 있는 방송사들의 경우 뻔한 장르 안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한 드라마 관계자는 "결국 좋은 콘텐츠는 매체 상관없이 대중을 사로잡는 거라고 생각한다. OTT에서는 그간 TV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소재와 장르로 강세를 보였지만, 드라마의 경우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장르들을 선보였다. 여기에 좋은 퀄리티와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TV드라마의 경우 초반 시청률이 안 좋더라도 작품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자 유입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이 시청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TV드라마가 현재 선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OTT에 대적할 만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엔 다소 부족했던 작품들이 많았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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