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매달 65만원씩 내 감독에게…검찰, 학부모회장 기소유예
헌재 "학부모들 의사에 따른 것…김영란법 기준 액수 안 넘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학부모들이 매달 모은 수천만원 상당의 돈을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에게 건넨 혐의로 입건됐던 학부모회 회장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낸 기소유예 처분취소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경남 마산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 학부모회 회장을 맡았다. 당시 학부모회 소속 학부모들은 1인당 매월 65만원씩을 학부모회 계좌로 입금했는데, 이 중 2540만원이 연구비 또는 성과금 명목으로 감독 B씨에게 건네졌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1.10.28 kimkim@newspim.com |
검찰은 이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으로 보고 A씨와 B씨를 입건했다. 김영란법상 교원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검찰은 돈을 받은 감독 B씨만 재판에 넘기고 A씨에 대해서는 초범인 점을 비롯해 학부모회 회장으로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점, 부정청탁 등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B씨가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법원은 "B씨가 받은 돈을 야구부 선수 수로 나누면 1인의 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마다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해당 혐의를 무죄 판단했고, 지난 9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제공한 금원은 학부모회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그 액수는 학부모회 구성원의 수로 나누어서 산정해야 하고, 이를 계산하면 1회당 2만7000원에서 11만9000원 사이이고 전체 합계 59만1444원에 불과하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헌재에 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살펴본 헌재 역시 A씨에 대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학부모회 구성원들은 B씨에게 지급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위해 금품을 입금한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은 학부모들의 의사에 따라 모아진 금품을 기계적으로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며 "청구인을 통해 지급된 금원 중 청구인이 지급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금원은 학부모회 구성원 숫자인 40명 내지 47명으로 나눈 액수로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영란법 법리 및 수사기록 상의 증거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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