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업난에도 MZ세대 퇴사 행렬
위드코로나로 부활한 회식에도 '동상이몽'
시위도 온라인으로, MZ세대 새로운 시위 문화 주도
노키즈존에 이은 노중년존 등장
[편집자] 올해도 대한민국은 각종 사회적 이슈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각종 갈등을 양산했습니다. 뉴스핌은 2021년 주요 사회적 이슈를 갈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되짚어 보고, 임인년(壬寅年) 새해 화해와 통합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올 한 해도 세대갈등은 우리 사회를 둘러싼 갈등의 한 축을 차지했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일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인식 차이를 분명히 했다.
◆ 코로나19 취업난에도 MZ세대 퇴사 행렬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 자료를 보면 세대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연령층은 20대였다. 20대가 느끼는 세대갈등 수준은 4.03이었다. 이어 30대 3.95, 40대 3.84, 50대 3.77, 60대 3.67 등 순이었다. 5에 가까울수록 갈등을 심각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재확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자 은행권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평소보다 한산하다. 2020.09.01 yooksa@newspim.com |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속에서도 직장 내 세대갈등으로 퇴사까지 결심하는 MZ세대도 많아졌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73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내 세대갈등 양상'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5곳 중 2곳(39.9%)이 세대갈등으로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퇴사자 비율은 MZ세대가 84.6%(복수응답)으로 압도적이었으며, 뒤이어 386세대 7.4%, X세대 6.7%, 베이비붐 세대 5.4% 등 순으로 집계됐다.
사람인 조사 결과 올 상반기 퇴사율은 평균 15.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퇴사율 13.9%보다 증가한 것이다. 퇴사율이 증가한 이유는 'MZ세대 중심 조직으로 이직·퇴사를 비교적 쉽게 하는 편이라서'가 41.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정년 연장을 두고도 MZ세대와 기성세대 간극이 벌어졌다. 지난 6월 현대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3사 노조가 정년연장 법제화를 위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국회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노조는 청원을 통해 "평균 수명은 점점 연장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한창 활동할 시기인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며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장 청와대 게시판에는 '정년 연장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완성차 3개사 중 한 곳에서 근무 중인 MZ세대 현장직 사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노조는 변화되는 시대와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존속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라는 말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 연장을 외치고 있다"며 "정년 연장을 하게 된다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사회적 이슈인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 더욱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 취지를 밝혔다.
◆ 위드코로나로 부활한 회식에도 '동상이몽'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인식 차이는 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된 이후 20~30대 직장인들은 부활한 회식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하지 못했던 회식이 재개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사람인이 지난 11월 9일 직장인 1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68.9%가 '위드코로나 시행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유는 '감염 위험 확대'가 83.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저녁 술자리 회식 부활'(53.3%), '워크샵, 단합대회 등 사내 행사 부활'(38.8%)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식을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의미 없는 회식 안 했으면 좋겠다', '위드코로나 때문에 강제회식 싫다', '위드코로나 이후 매주 2~3번 회식하는 중. 어제도 회식하고 집 들어오니 새벽 2시. 제발 회식 좀 안 했으면'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 시위도 온라인으로, MZ세대 새로운 시위 문화 주도
지난 10월 7일에는 스타벅스 매장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트럭시위'에 나섰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경품 증정 행사 때문에 인파가 몰리자, 잦은 이벤트와 인력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1년 내내 진행하는 마케팅 이벤트 보다 매일의 커피를 팔고 싶다', '리유저블컵 이벤트 대기음료 650잔에 파트너들은 눈물짓고 고객들은 등을 돌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0년차 바리스타와 1개월차 바리스타가 똑 같은 시급을 받는 임금제도를 개선하라' 등의 메시지를 트럭 전광판에 실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타벅스 이대R점 앞에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로 구성된 '스타벅스코리아 트럭시위총대'가 마련한 트럭에 과도한 굿즈 마케팅 지양ㆍ임금인상ㆍ근무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는 문구가 보여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한국 진출 22년 만에 처음이다. 2021.10.07 pangbin@newspim.com |
특이한 점은 스타벅스의 시위는 무노조, 익명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존 노조를 필두로 한 시위들과 차이를 보인 셈이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익명 직장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라인드'를 통해서 모였다. 온라인 모금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앱을 통해 이뤄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 방식으로만 이뤄졌다.
결정적으로 기존 노조와 거리두기를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트럭시위 직후 '스타벅스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통해 "민주노총은 언제든지 달려가서 지원하겠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열심히 연대하고,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트럭시위 대표 측은 "트럭시위는 노조가 아니다"며 "민주노총은 트럭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들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라며 "트럭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 변질시키지 말라"고 거절했다.
◆ 노키즈존에 이은 노중년존 등장
'노○○존'은 노키즈존에서 시작됐다. 노키즈존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차별이라는 입장과 업주의 자유라는 두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6년 11월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A씨와 관련해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사업주에게 식당 이용 대상에서 13세 이하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음에도 온라인상에는 노키즈존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 이달 초 40대 이상 중년 커플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중년존' 캠핑장이 등장했다. 해당 캠핑장은 "40대 이상 연인 등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예약을 제한하고 있다"며 "20~30대 고객 취향에 맞춘 카라반으로 40대 이상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40대 이상 분들은 자녀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약을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노키즈존, 노시니어존에 이은 노중년존.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냐", "노중년존이 생겼으니 조만간 노청년존도 생기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앞으로도 세대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기성세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조직문화가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존중하기보다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이며 충성을 요구하는 분위기인데,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정체성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세대갈등은 정치, 경제,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조직이라는 것이 직원의 성공을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방침이 시행되면서 이전 세대들이 가치 있게 여기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제가 반대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로 바뀌게 됐다"며 "그전엔 MZ세대들이 기존 관습이 싫어도 마지못해 따라야 했다면, 코로나19가 젊은층의 행동패턴을 정당화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사소한 것 같아도 꽤 많은 영역에서 이 같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 갈등이 발전에 따른 변화로 봐야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