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대책 없는 거리두기 완화가 초래한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미접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닌가. 내 아이, 내 건강을 위해 백신을 거부했을 뿐인데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분풀이 대상이 된 기분이다. 정부가 부추긴 사회적 왕따가 됐다."
서울 중랑구 묵동에 거주 중인 주부 남모(31)씨는 둘째 임신과 출산 후 모유 수유를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갑상선암 투병 생활을 했던 남 씨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를 보고 모유 수유가 끝난 뒤에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남 씨는 코로나 창궐 이후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자발적인 '집콕' 생활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타의에 의한 '방콕' 생활을 해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로 집 앞 식당조차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했다는 거다. 정부 지침 상 백신 미접종자는 '혼밥'이 가능하지만 식당과 카페 등 업주가 자율 지침을 이유로 백신 미접종자를 아예 받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방역 지침을 어겨 미접종자를 출입시키는 업주에게 과태료는 부과하지만 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있는데도 매장 출입을 막는 건 감염병예방법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정부의 방역패스가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방역 당국은 내년 2월부터는 만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PCR 검사에서 음성 확인이 된 경우 학원이나 독서실 등의 입장을 허용해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단 의도다.
청소년을 비롯한 미접종자들은 즉각 "방역패스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도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 도입 행정명령 철회 및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학습에 필수적인 시설마저 이용할 수 없게 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 일반적 행동자유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한 통계 분석 없이 확진자 발생 비율 80% 이상인 요양병원, 종교시설, 직장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고작 10% 대에 불과한 다중이용시설에 국한해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방역패스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설득해야 할 정부는 되려 원칙 없는 정책으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방역 당국은 미접종자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수험생들의 학습권까지 제한하면서도 종교 시설에는 미접종자에 대한 예배를 허용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는 미접종자 포함시 50인 미만을 허용한 것과 비교해도 종교시설 예배에 미접종자 포함 299인을 허용한 건 분명 더없이 관대한 조치다. 대선을 앞두고 종교계 표를 의식한 정치 방역이 아니냐는 의혹이 따라붙어도 이상할 게 없다.
집단 감염이 빈발하는 종교시설은 제외하고 자영업자와 미접종자만 몰아붙이는 정부 대책에는 형평성도, 설득력도 없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이곤 방역 실패를 국민 탓으로 돌리며 '방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낙인을 찍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의 종식도, 사회적 갈등 해결도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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