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980명 뽑을 때 비정규직 1800명 채용
적정 수준 인센티브로 연봉제 정규직 채용해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2년 동안 역대급 호황을 누린 금융투자업계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채용을 크게 늘려 비정규직 양산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계약직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융합형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투업계의 비정규직은 1만2514명으로 전체 직원 4만9286명의 25.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투업계 직원 4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중견기업 일자리드림 페스티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주관하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채용 박람회는 우수 중견기업 80여 업체가 참여해 일자리 희망 구직자들에게 우수기업 면접 기회와 다양하고 유익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9.05.13leehs@newspim.com |
코로나 19 사태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3월 당시 정규직 직원은 3만5783명에서 올해 9월 3만6772명으로 989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비정규직 직원은 같은 기간 1만693명에서 1만 2514명으로 정규직보다 2배(1821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지난 2017년(3월 기준)에도 비정규직 직원 수는 7294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9월 기준과 비교하면 71.5%나 폭증했다.
특히 최대 실적을 수시로 경신한 증권사들 중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30%를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를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이 전체 직원 1443명 중 절반 이상(62.2%)인 898명이 비정규직 직원으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투자가 전체 직원 1857명 중 948명(51.0%)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전체 직원 2866명 중 908명(31.6%), 대신증권은 1495명 중 504명(33.7%)로 모두 비정규직 비율이 30%를 넘었다.
비정규직 비율이 20% 미만인 곳은 삼성증권(17.2%), 미래에셋증권(15.0%) 정도로만 추려졌다. 최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외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저품질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증권사들은 다른 업계와 달리 증권업계는 정규직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선택적 비정규직이 많다는 입장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금융이나 애널리스트, 운용전문가의 경우에는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들이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업무성과에 따른 보상은 과감하게 주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측과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최근 2년 동안 막대한 실적을 쌓아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투업계의 비정규직 양산 관행에도 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곳간을 충분히 채운 만큼 충분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형태로 정규직 전환도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10대 대형 증권사들이 올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7조원 안팎이다. 이들의 연간 순이익만도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순자산총액(AUM) 기준 상위 6개 자산운용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도 평균 성장률 30%대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최근 금투업계 안팎에선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산정해 별도로 연봉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을 채용하는 '융합형 인센티브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우, 기존의 계약직원은 고용 안정성을 담보 받을 수 있고 사측도 업무 연속성 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와 고연봉 계약직원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연봉과 인센티브를 책정해 기존 계약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증권사도 일부 있다"며 "기업금융, 리서치센터, 운용부서에 있다고 해서 모두 계약직으로 두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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