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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역화폐로 불 붙은 정부-지자체 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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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역화폐 예산 증액 vs 정부 "한시적 지원"
결국 중간지점 타협…내년 같은 상황 반복 가능성
정부 부채 급증…1년새 적자 국채만 100조 찍어내
지방분권이 한 가지 대안…지자체 책임감 높여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시도 때도 없이 교부금을 내려주니 지자체가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에만 의지하지 않고 지자체 스스로 자생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근에 만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이후 나눈 대화를 요약해보면 그동안 정부가 교부금 명목으로 많은 돈을 지자체에 내려주다 보니 지자체만 배가 부르고 중앙정부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시로 정부 지원금을 받은 지자체가 타성에 젖어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교부금'은 국가가 지자체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이다. 정부는 매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체 예산의 일정 부분을 교부금으로 편성해 지자체에 내려준다. 지난해까지 25% 수준이던 교부금 예산은 올해 28%까지 늘었다. 

정성훈 경제부 차장

더욱이 국가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상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약 40%(지방교부세 19.24%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0.79%)를 떼내 지자체에 지급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이래저래 정부 예산 일부가 지자체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올해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소 20조원 이상은 지자체 몫이 됐다.

그동안 살얼음판을 걷던 정부-지자체 간 갈등은 내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편성 과정에서 폭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적으로 지원했던 지역화폐 예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자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등에 업고 활용도 높은 지역화폐 예산을 예년보다 증액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자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을 본격 지원했다. 지원 초기에는 10% 할인된 금액의 8%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2%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올해는 국고보조금 6~8%, 나머지 2~4%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지원한 예산만 2조원에 달한다. 올해만 1조25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정부는 내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을 2403억원(발행 규모 6조원 기준)까지 대폭 삭감했다. 그러면서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과도하게 증액된 예산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정부 결정을 따를리 만무했다. 지자체는 막강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앞세워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이 후보 역시도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발행 확대와 관련 예산을 3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 간 시각도 여전히 달랐다.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만 지역 화폐 활동도가 높아 지역 경제 불균형을 가져온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국책 연구 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한 보고서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지자체는 지역 화폐가 지역 경제 부흥에 견인한다고 반박했다. 지역화폐 발행규모가 단 시간 내 커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정부 역시 지역화폐 규모가 커졌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진 않는다. 다만 이제 정부가 충분히 지원해줬으니 지자체 스스로 알아서 해보라는 것이다. 한순간 매몰차게 끊지 않고 대안도 마련해줬다. 올해 51조8000억원 규모인 지방교부금을 내년에 63조4000억원으로 11조6000억원 증액해준 것이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는 중간지점에서 타협을 봤다.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15조원으로 정하고, 여기에 정부 예산 7053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내년 예산 6053억원(지원비율 4% 기준)에 올해 2차 추경 국민지원금 집행잔액 10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당초 정부안(2403억원) 기준으로는 3650억원이 늘었다. 모자란 9000억원(지원비율 6% 기준)은 지자체가 부담하기로 했다. 일단은 양측 간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로 촉발된 정부-지자체 간 갈등이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정부는 적자부채를 찍어내 지자체를 지원했는데, 지자체는 쌓아놓은 잉여금만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자체가 제 때 쓰지 않고 남겨둔 돈이 32조원을 넘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에게 풀어야 할 돈이 지방정부 곳간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48.9%(945조1000억원) 수준이다. 1년 전인 2019년(42.1%, 810조7000억원) 대비 6.8%p나 증가(134조4000억원)했다. 부채 증가분의 약 94.6%가 중앙정부 부담액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1년 새 적자 국채만 약 100조원을 더 찍어냈다.

중앙정부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지자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에만 손벌리던 관성에서 이제 그만 빠져 나와야 한다. 자생력을 키우고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지방분권'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방분권을 대선후보 공약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착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를일이다. 어찌됐든 더 이상 국민에게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불협화음을 드러내선 안 된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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