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2000원 올린 교촌, 대대적 할인 나서...bhc는 가격인상 고민
오미크론·연말 대목 맞은 치킨업계 '눈치싸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치킨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놓고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첫 가격인상으로 총대를 맨 교촌치킨은 연일 할인행사를 통해 인상 비난을 잠재우려 하는 모습이다. 반면 아직 인상 전인 bhc는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가격인상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인상 검토 계획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연말 효과로 배달음식인 치킨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치킨값 올린 교촌, 할인 마케팅 적극...'7년 동결' bhc는 가맹점주 앞세워
9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이달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포장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치킨 1마리당 1000원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또한 자사앱에서는 오는 10일까지 '허니시리즈 2종'을 2000원 할인 판매하고 배민쇼핑, 티몬 등 라이브방송에서도 치킨 인기메뉴를 최대 3000원까지 할인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증정 이벤트도 진행한다. 1등 경품으로 ' 9인승 KIA 카니발'을 내걸었을 정도다.
치킨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경쟁사들이 인상을 머뭇거리자 대대적인 할인판매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교촌치킨은 앞서 지난달 22일 치킨 가격을 평균 8.1% 인상한 바 있다. 인기메뉴인 허니콤보와 레드콤보는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인상했다는 설명이다.
교촌치킨 할인 프로모션. 이미지=교촌에프앤비 |
경쟁사들도 치킨 가격을 놓고 저울질에 나선 상태다. bhc는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가맹점주들의 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hc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본사 교육장에서 전국 가맹점협의회 관계자 31명과 임금옥 bhc치킨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2021년 전국 가맹점 협의회 회의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문 가맹점협의회장은 "배달앱 이용 증가에 따른 수수료 부담,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인상 등으로 가맹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즉시 치킨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bhc는 2013년 이후 치킨가격을 동결해왔다.
bhc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가맹점 운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은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연말 효과 등 배달 수혜 앞둬...가격인상 주저
치킨은 '국민간식'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저항이 유독 큰 품목이다. 곡물, 식용유 등 식품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배달수수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올해 초부터 식품가격이 인상 러시가 이어진 것에 비해 치킨가격 인상은 다소 늦은 지난달에야 이뤄졌다.
특히 치킨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최대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도 거리두기 강화, 올림픽 등 영향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4476억원으로 2019년 대비 18% 증가했고 bhc는 지난해 4004억원의 매출을 올려 26% 성장했다. BBQ는 전년 대비 38% 성장한 33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치킨 3사 실적 추이 |
여기에 최근 연말 성수기와 맞물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 등 코로나19 거리두기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대표 배달음식인 치킨업계에 거리두기 강화는 역설적으로 호재로 작용한다. 교촌이 총대를 멨음에도 경쟁사들이 곧바로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자칫 가격인상을 단행했다가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셈이다.
BBQ는 이같은 기회를 포착해 적극적인 고객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BBQ는 이달부터 카카오톡 기프티콘에서 치킨 제품을 3000원 상시 할인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연말 홈파티에 따른 배달 수요를 잡겠다는 행보다. BBQ관계자는 "아직 가격인상은 검토하지 않았다"며 "우선 자사앱 활용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BBQ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2018년 11월 치킨 가격을 2000원 인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식재료 가격이 상승한데다 이미 교촌이 가격인상을 단행한만큼 다른 치킨업체들도 가격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마다 시기나 인상률 등을 조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