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투표로 쟁의권 확보...지도부 선거 이후인 내달 파업 가능성
'수주 랠리' 현대重...정기선 사장 리더십 관심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정기선 사장 체제에서 첫 파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앞선 1일 중앙노동쟁의위원회의가 임금협상 관련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했고 재적 대비 58.29%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향후 합법적 파업이 가능해졌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 파업권 확보에도 지도부 선거 변수...내달 교섭 재개 가능성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즉각 파업에 돌입하지 않는 이유는 이달 말에 예정된 지도부 선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는 30일 지부장, 수석부지부장 등이 포함된 지도부 선거를 시행한다. 여기에 선거일인 30일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으면 내달 2일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이에 노조는 교섭보다는 신임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간이다.
지도부 선거로 현대중공업 임금협상은 최소한 선거 이후인 내달 중순경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18차 교섭까지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12만304원 임금인상(호봉승급 제외) ▲호봉승급분 적용 1월 1일로 변경 ▲가족수당 및 근속수당 인상 ▲연차별 기본급 격차 조정 ▲성과급 산출 기준 마련 등을 요청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일괄제시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연내 교섭을 통해 임금협상이 타결되기 원하지만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확대간부 토론을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측은 기본적으로 올해 협상이 임금협상인데 노조가 임금과 무관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사 공동 결정을 위한 산업전환협약 ▲성과연봉제 폐지 ▲중대재해 예방조치 등을 별도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교섭은 임금협상에 해당하는데 이와 관련 없는 안건까지 상정해 일괄제시를 주장하고 있어 의견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정기선 체제 첫 파업...3세 경영 리더십 주목
노조가 파업권한을 확보한 만큼 내달 파업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지난달 선임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달 현대중공업지주 사장과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정 사장의 지주사 사장 및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임명은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그간 현대중공업 수석부장,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온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핵심 분야인 조선 부문을 이끌게 된 것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연이은 수주 랠리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수주 성적이 좋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속한 한국조선해양도 최근 올해 누적 수주액 2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향후 2~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때문에 정 사장은 이번 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으로 그룹 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분야의 파업은 전면보다는 부분 파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 법인 분할 이후 처음으로 크레인 점거 시위도 돌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임금협상에 집중하되 그 이외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임금과 무관한 안건을 거둬들이고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올해 임금교섭 마무리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사장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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