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서 한 것" 증인심문 과정서 범행책임 전가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변론 종결될 예정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들이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공동강요, 공동상해, 공동공갈, 영리약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20)씨, 안모(20)씨와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차모(21)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씨와 안 씨는 핵심 쟁점인 보복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안 씨는 대구에 있던 피해자를 주거지로 데려온 이유에 대해 "김 씨가 피해자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였다"며 "(상해) 고소를 취하하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집에 가두자고 했고, 저도 같이 했지만 절대 그럴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를 마포구 오피스텔 화장실에 감금한 경위와 이후 일어난 폭행 및 가혹행위 등 모두 "김 씨가 시켜서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특히 '김 씨가 피해자의 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묶었을 때 무엇을 했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김 씨가 결정하고 저는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이 '김 씨를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자 안 씨는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게 맞는데, 제가 김 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김 씨에 대한 원망은 없다. 제가 잘 했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씨는 범행 책임을 안 씨에게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씨는 "작업실에서 지낼 때 안 씨가 피해자가 자꾸 작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피해자의) 다리를 치는 것을 여러번 봤다"며 "피해자가 물류센터에서 일을 할 때 다리를 절어서 일하기 무리가 있으니 제가 가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그는 '증인과 안 씨 모두 마포구 오피스텔로 이사한 후 폭행한 사실 없다고 주장한다'는 검찰의 지적에 "저는 안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피해자가 잘 못 씻는다며 화를 내고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안 씨의 신발에 뭐가 묻었는데 그걸 보고 화가 나서 슬리퍼로 친 것을 봤다"고 했다.
김 씨는 또 피해자를 화장실에 감금한 원인도 안 씨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작업실에 돌아왔을 때 피해자가 화장실에 있어 '왜 화장실에 있나'라고 물었더니 안 씨가 '피해자가 소변을 못 가려서 화장실에 뒀다'고 말했다"며 "안 씨가 없을 때 제가 한번씩 데리고 나와서 거실에서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이 모든 행위가) 안 씨가 시켜서 한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평소 성격만 봐도 그렇고 전화통화를 한 내용이나 체격 차이로 봐도 안 씨가 저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되며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김 씨와 안 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고등학교 동창생인 박모 씨(20)를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폭행과 고문을 가해 폐렴,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당시 나체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으며, 34㎏의 심각한 저체중에 결박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 씨가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박 씨를 협박해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총 4차례에 걸쳐 물류센터 등에서 일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케이블타이로 다리 등 신체를 결박하고, 박 씨가 건강 악화로 쓰러지자 화장실에 가두고 알몸에 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괴롭힘에 박 씨는 폐렴과 영양실조로 숨졌다. 경찰은 지난 6월 13일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박 씨를 발견하고 김 씨와 안 씨를 긴급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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