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물품 반입 등 확인 위해 서신 미리 확인…헌법소원 제기
헌재 "교정시설 안전 유지 위한 것…변호인 조력권 침해 아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미 중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동시에 별건으로 재판을 받는 미결 수용자에게 온 소송관련 서신을 교도소장이 먼저 개봉한 행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씨가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5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 등 소송에서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내연녀와 다투던 중 주방에 있는 가스 배관을 흔들어 가스를 유출하고 신체 일부를 잔혹하게 훼손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연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징역 3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해자와 합의한 점과 미리 계획한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20년으로 감형하고 이듬해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 대심판정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1.10.28 kimkim@newspim.com |
이후 2019년에는 교도관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A씨는 1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변호인으로부터 변호인 의견서와 국민참여재판 신청서 등 소송관련 서신을 주고 받았는데, 교도소장이 금지물품 동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를 먼저 개봉한 뒤 A씨에게 서신을 전달했다.
이에 A씨 측은 "변호인으로부터 발송된 소송관련 서신을 개봉한 후 교부한 행위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사건을 살펴본 헌재는 이석태 재판관을 제외하고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서신을 개봉하는 것은 수용자가 외부로부터 마약·독극물·흉기 등 범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 등 금지물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용자에게 온 서신 중 변호인이 보낸 형사소송 관련 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지물품 확인 과정 없이 교정시설 내에 들어오게 되면 금지물품의 반입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같은 행위로 인해 형사재판에서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미결수의 경우 서신 외에도 접견 또는 전화통화로도 변호사와 접촉해 형사소송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석태 재판관은 "미결수와 변호인 간 서신교환의 경우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보장하면서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현행대로라면 서신개봉으로 언제든지 서신 검열이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서신 교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미결수의 변호인 조력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발신인에 변호사라는 기재가 있다면 적어도 수용자가 보는 자리에서 서신을 개봉해 금지물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헌재는 A씨 측이 법원에 발송할 소송 관련 서류를 당일에 발송하지 않고 이튿날 발송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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