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로 서민 ′주거사다리′ 걷어차
집값 안정화보단 월세·반전세 확산 우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죽는단 말이야. 제발 그만해."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0.29 ymh7536@newspim.com |
'오징어게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오일남(배우 오명수)이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에서 참가자들에게 외친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고 수백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했다.
다소 현실과 동떨어지게 여길 수 있지만 이 상황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자가 겪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에 칼끝을 겨눌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대출규제로 집 없는 서민의 숨통만 옥죄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대출규제를 한층 강화한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과 관계없이 총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 이상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규제는 2023년 6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문제는 실수요자에 대한 탈출구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연 소득 4000만원 무주택자가 내년부터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집값과 상관없이 총 대출액이 2억원(3단계는 1억원)을 넘기만 하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연봉 4000만원은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1600만원(월 133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담대 만기를 최장 30년(금리 3.5%)으로 잡아도 3억원 밖에 대출이 안 된다. 종전 대출한도보다 1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무주택자들 입장에선 '청천벽력'도 같은 소식이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중소형 아파트 단지의 평균 매매가격이 8억원대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대출규제는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는다.
전세시장도 비슷하다. 정부는 줄곧 임대차법 도입으로 갱신계약이 늘었다며 자화자찬하지만 신규계약의 전셋값이 끊임없이 치솟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새로운 전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전셋값 상승과 이에 따른 이중·삼중가격 현상은 지난해 임대차법 도입 이후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과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마다 투기 세력은커녕 무주택자들만 옥죄는 것들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대출규제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환영받을 만하지만 오히려 무주택자를 월세시장으로 내몰아 주거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
일각에선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비아냥도 쏟아낸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이 요구하는 사항은 제쳐놓고 변죽만 울려대는 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만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동안 꼬인 걸 풀어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지옥 같은 '오징어 게임'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구제할 현명한 묘안이 제시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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