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무더위가 계속되다가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고 지루한 가을장마까지 겹쳐 올해 김장 배추농사는 다 망했니더. 배추를 시장에서 사다가 김장을 해야 할 판입니다."
해마다 텃밭에서 김장배추 100여포기를 심어 외지로 나간 아들.딸들의 김장을 담가왔다는 전옥순(75,울진)할머니는 "올해처럼 김장배추가 이렇게 물러터지고 잎이 시드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북 울진의 농가가 김장철을 앞두고 시름에 잠겼다.
수확을 앞둔 배추가 모두 누렇게 변하고 뿌리와 몸통이 물러지는 무름병으로 온전한 배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병이 들었기 때문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지역에 한달여 이상 가을장마가 지속되고 갑작스런 한파로 냉해까지 겹처 김장배추에 무름병 등 병해가 확산되면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21.10.26 nulcheon@newspim.com |
8월 중순에 이식해 10월말경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김장용 배추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을 전후해서다.
이달 초순까지 30도를 오르내리며 고온이 지속되던 날씨가 갑자기 3도 이하로 기온이 곤두박질치고 한달여 이상 가을장마가 지속되면서 냉해와 잦은 강우로 김장배추에 뿌리혹썩음병과 무름병이 한꺼번에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울진지역 농가의 배추밭은 멀리서 보면 제법 알이 차는 것처럼 통통하게 여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딴 판이다.
배추잎은 누렇게 변해 말라죽고, 뿌리부터 배추 속은 짓무르고 심지어 악취마저 풍기는 배추들이 태반이다.
울진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무름병은 배추 하단부터 녹아내리는 병이다"며 "지난 9월 초부터 가을비가 계속돼 배추밭 자체가 장기적으로 물에 잠겨 있는데다가 농가가 시비한 비료나 칼슘 성분의 약제가 잦은 비로 모두 씻겨 나가 영양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에 약제를 알려주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며 "울진지역 배추 재배농가의 거의 50% 이상이 마름병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달 여 이상 지속된 가을비로 배추가 흐물거리며 썩는 무름병과 노균병, 뿌리혹병이 복합적으로 확산한데다가 10월 중순부터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면서 냉해까지 겹쳤다는 지적이다.
중부 이남을 중심으로 배추 무름병과 뿌리혹썩음병 등이 확산되면서 김장 배추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장 배추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울진지역의 경우, 대규모 배추농사보다는 가족들의 김장을 위한 자가재배가 많아, 배추 수확이 저조할 경우 김장용 배추를 구입해야하는 실정이어서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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