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작자들 패소 → 2심 일부 승소로 뒤집혀
"윤일상 작곡가 등 15명에 각 50~200만원 지급"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작곡가들의 동의 없이 음악저작물을 편곡하거나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한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구단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과 달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설범식 부장판사)는 작곡가 윤일상 씨 등 19명이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라이온즈가 윤 씨 등 원작자 15명에게 각각 50~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프로야구 관중석 10% 규모로 제한적 입장을 시작한 지난해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경기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mironj19@newspim.com |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구단들은 대중가요를 야구장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저작물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삼성라이온즈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윤 씨 등 작곡·작사가들이 만든 '운명', '슈퍼맨', '쇼' 등의 악곡을 일부 변경하거나 개사해 소속 야구선수들의 응원가로 사용했고, 원작자들은 삼성라이온즈가 음악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허락 없이 편곡·개사해 동일성유지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성명표시권 등을 침해했다며 2018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한 곡들로 응원가가 원곡 그 자체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어 "야구장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음역대를 높게 하거나 박자 템포를 빠르게 변경한 것은 관객들로서는 기존 악곡과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다"며 "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이라고 봤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이 응원가가 원작자들의 동일성유지권 또는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응원곡 악곡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됐다거나 해당 원곡이 실질적으로 개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원작자들의 음악저작물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응원곡으로 사용하면서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가 이들의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소한 정규시즌의 홈경기에서는 선수 입장 시 각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돼 있어 해당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등에서 응원가 영상을 제공할 때 해당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작자들은 성명표시권 침해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인정되므로 삼성라이온즈는 이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금액은 음악저작물 사용단위 당 5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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