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뱅 주요 주주 '연내 추가 증자' 합의
시점 12월, 규모 크지 않을 전망
대출 중단‧고금리 예금에 연내 증자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토스뱅크가 올해 연말을 목표로 조기 증자 논의에 나섰다. 올해까지 대출이 막힌 영업중단 상태에서 2% 고금리 수신상품은 유지되면서 '역마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토스뱅크 주요 주주들은 추가 증자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점은 연내로 12월쯤이 유력하다. 이달 말 증자를 결의해도 임시주주총회 등 과정을 고려하면 빠르면 연말께다.
증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이 중단돼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자본 축적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현재 토스뱅크의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향후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1조원의 증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주요 주주들이 연내 증자에 모두 동의하고 있어, 올해 추가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등은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지분은 비바리퍼블리카가 3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가 각각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중앙회가 9.99%, SC제일은행이 6.67%, 웰컴저축은행이 5%, 알토스벤처스가 4.4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굿워터캐피털이 4.49%, 한국전자인증이 4.01%, 리빗캐피털이 1.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SK증권) |
토스뱅크가 조기 증자를 결정하게 된 것은 출범과 동시에 비용과 수익 전략에 차질이 생겨서다.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출범 후 9일 만에 5000억원의 대출 한도를 소진하면서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다만 연 2% 금리의 토스뱅크통장과 전월 실적 조건 없는 체크카드 상품 등은 기존 혜택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출을 막고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예금만 남겨두면서, 수신 영업 차질 가능성과 더불어 적자 영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스뱅크는 당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5%까지 늘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자 이익을 고금리 수신상품으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구조로 여·수신 상품을 연동해서 설계했다. 하지만 현재 중저신용 대출은 25%만 채웠고 대출은 전면 중단돼, 자본금에서 예금이자 비용을 조달해야하는 '역마진'의 상태다.
대기고객 시스템을 없애고 대고객 오픈을 한 만큼, 앞으로 고객 수가 크게 늘어나고 수신액이 10조원까지 늘어난다면 2% 예금의 1년 이자로만 자본금 전부를 소진하게 된다. 현재 토스뱅크는 2% 금리 예금 누적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SK증권은 토스뱅크의 성공 여부에 대해 ▲외형 성장에 따라 자기자본을 얼마나 잘 확충하는지 ▲건전성 문제없이 중금리 신용대출을 잘 늘릴지 여부에 따라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 증자 없이는 대출도 막아놓은 상태에서 2% 고금리의 수신 상품 지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금 금리를 낮추거나 다른 우대조건들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