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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수사, 합수본이냐 특검이냐…국민은 '혼란'

기사입력 : 2021년10월07일 15:13

최종수정 : 2021년10월07일 15:13

검찰·경찰, 동시 수사…수사 대상자 중복 문제 발새
여당은 합수본 구성·여당은 특검 도입 주장
시민단체 "정쟁 안돼…신속한 수사로 진상 규명해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검찰과 경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 특별검사(특검)나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여당은 검찰과 경찰 등이 모두 참여하는 합수본 설치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선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이번 의혹 수사와 관련해 합수본 구성을 고심하고 있다. 경찰 한 고위 관계자는 "관련 수사는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장이 밝힌 대로 진행된다"며 "경찰과 검찰이 관련 수사를 하면서 협의할 사항이 있을 것이며 그때 적절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5일 열린 국감에서 "현재까지 검찰과 경찰이 각자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데 진행 경과에 따라 협의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현재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을 중심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통보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의심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이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 등이 수사 대상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총괄하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도록 수익금 배당 구조를 짠 혐의를 받고 있다. 2021.10.03 yooksa@newspim.com

경기남부경찰청은 또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번 의혹에 연루된 사람들을 대거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은 천화동인 1~7호 주주들,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 4명,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관계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 등이다.

검찰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구속했고 김만배도 곧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문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대상이 중복된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한성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검찰과 소환 시기가 겹쳤다. 이에 이한성은 지난 6일 검찰에 먼저 출석했고 경찰과는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신속히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중요 증거를 보전해야 할 시점에 중복 문제로 수사력이 낭비되는 모양새인 것.

여당의 대선 주자들은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합수본 설치를 주장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 비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합수본을 설치해 가동하자고 여러차례 제안했다"며 "사건 진상 규명이 미흡하거나 늦어지면 한국 정치와 국가 미래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선 캠프 측도 "이낙연 후보가 제안한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모여 즉각적이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합수본을 구성해 수사할 것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한다. 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 정보를 제공받고도 5개월 넘게 수사를 뭉개는 등 수사 의지가 없다고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 4명은 이날 오전 국수본을 항의 방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경찰이 그동안 어떻게 수사했는지 알지 않느냐. 대장동 특혜 의혹을 거의 뭉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수본 구성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자들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중이다. 압수수색 대상엔 화천대유 최대주주이자 경제지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씨와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을 지휘하며 배당수익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의 주거지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9일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의 모습. 2021.09.29 pangbin@newspim.com

앞서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 주자들과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특검을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해야 한다. 반면 합수본 구성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의지만 내비치면 바로 꾸릴 수 있다.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에서 비롯된 투기 의혹 수사 합수본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시로 꾸려진 바 있다.

합수본이냐 특검이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는 동안 국민들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다 지나가지만 제대로 밝히진 내용은 없어서다.

참여연대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은 결코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라며 "특검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정쟁을 이어갈 게 아니라 수사기관의 신속한 수사로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금과 같은 부분적, 산발적 수사로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토건 부패를 해소할 수 없다"며 "국회는 신속한 특검 도입으로 권력형 토건 비리 실체를 낱낱이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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