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인 대출 중단, 영업 창구 관리로 확대
최악 전세자금대출 중단 앞서 한도 축소
당국, 전세대출 담보 보증비율 조정할지도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NH농협은행 가계대출 중단 이후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쏠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목표치인 5%에 근접했다. 이에 이들 은행이 전세자금대출 '전셋값 증액 범위 내' 운영 조치를 넘어 전세자금대출 한도 전면 축소 카드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시중은행, 잇따라 가계대출 한도 축소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줄여서 운영한다.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경우 지금까지는 최대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증액(2억원) 만큼만 받을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취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협은행은 11월 30일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다. 2021.08.24 yooksa@newspim.com |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의 가입을 제한한다. 하나은행도 내달 1일부터 MCI·MCG 신규 판매를 중지하고, '전셋값 증액 범위'로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말까지 일부 영업점을 중심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 6월말 3.2%에서 8월말 5.6%로 급증한 IBK기업은행도 대출 죄기 행렬에 동참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3일부터 MCI·MCG 신규 가입 중단을 통해 주담대 한도 축소에 나섰다. 개별 모집인(상담사)을 통한 모든 대출은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은행들은 영업점, 비대면, 대출모집인 등 세 가지 경로로 대출을 실행하는데, 은행과 계약해 고객 유치 활동을 하는 모집인 대출 중단은 대출 창구를 조이기 전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앞서 사실상 모든 신규 대출 공급을 중단한 농협은행의 풍선효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급증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 축소 운영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에 여유가 있는 신한·우리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78%, 우리은행은 3.61%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에 여유 있었던 국민은행마저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대출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라며 "가계대출 증가율이 위험수준에 근접하면 언제든 대출 한도를 축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세대출 금리 인상 및 중단 우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한도 축소 조치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농협은행처럼 전세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 전면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잇따라 대출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필사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중단 이전 단계로 전세대출 한도를 전면적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대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은 금융당국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던 전세대출까지 규제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사실상 가계대출에서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8월말 주담대 잔액(493조4148억원)이 작년 말보다 4.14%(19조6229억원) 증가하는 동안, 전세자금 대출잔액(119조9670억원)은 14.02%(14조7543억원)나 불어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업권에서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서 담보 보증비율을 현재 90~100%에서 70~80% 가량으로 낮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렇게 할 경우 은행들이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대출 금리를 대폭 올리거나, 취급을 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금리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이 곧 실수요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세대출 제한 및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영업점 창구에서는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상담 수요가 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출 제한이나 중단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언제까지 대출을 이용할 수 있을지 묻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확답을 주기가 어려워 연내 대출 계획이 있을 경우 대출 일정을 앞당기길 권하고 있다. 대출 과열 현상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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