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ETF와 차별점 없고 절차 번거로워"
각국 운용사에 '이중보수' 지출도 문제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교차상장이 27일부터 전격 허용된 가운데 정작 상품 개발 및 출시에 나서야 할 자산운용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ETF와 달리 ETF 재간접투자는 별다른 매력 요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그간 ETF 교차상장을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규칙과 금융투자업규정 등을 개정한 뒤 최근 중국 ETF를 국내에 등록하도록 전격 허용했다. 이를 통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하지만 운용업계는 이미 중국과 관련된 ETF가 20개가 넘는 상황에서 교차상장을 통해 거래되는 ETF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대표적인 중국 관련 ETF로는 CSI3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중국본토CSI300', 'TIGER차이나CSI300'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 섹터나 테마 지수를 기반으로 구성된 ETF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중국 지수를 활용해 운용사가 상품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데 굳이 교차상장이라는 절차를 거쳐 ETF를 개발·출시할 별다른 유인책이 없다는 게 운용업계의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교차상장이든 아니든 ETF라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대부분인데 굳이 교차상장 ETF를 출시할 이유가 거의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교차상장을 통한 ETF가 많아지면 선택지는 다양해지겠지만 굳이 장바구니에 담을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교차상장은 중국 ETF가 국내에 직접적으로 상장하는 것이 아닌 중국 ETF가 일단 국내에 역외펀드로 등록되면 국내에서 재간접투자하는 형태다. 가령, 중국의 A ETF에 100%투자하는 한국의 B ETF를 각각 상장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ETF와 달리 '이중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중국의 A ETF 운용사와 한국의 B ETF 운용사 두 곳에 보수료를 지불하는 것인데, 이 경우 다른 상품에 비해 운용보수가 크게 낮다는 ETF 고유의 장점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현지 운용사 입장에서도 ETF 교차상장을 위해서는 국내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적잖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소재의 운용사가 한국에서 펀드를 등록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역외펀드를 등록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등록 서류 작성 대행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 통상적으로는 8000만~9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 내부에서는 ETF 교차상장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주체인 국내 운용사, 중국 운용사는 물론 개인 투자자 모두 굳이 교차상장 ETF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일본과 중국도 ETF 교차상장을 추진해 시행 중에 있지만 현재는 거의 아무런 실적 없이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참여 운용사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매우 극소수에 머물거나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교차상장 ETF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며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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