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2대주주 美 헤지펀드 인수 반대 가처분신청
2대주주로서 권리 행사 "매각 위한 행위 안된다"
이달 중 결론...가처분 기각 시 롯데-한샘 시너지 효과↑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가구기업 한샘의 전략적 투자자로 낙점된 롯데쇼핑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헤지펀드'라는 변수를 만났다.
한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가 이번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하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소송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거란 의견도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법적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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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 [사진=뉴스핌DB] 2020.02.17 hj0308@newspim.com |
◆ 한샘 2대 주주의 인수 반대 가처분신청...변수 발생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 엘피(Teton Capital Partners, L.P.)가 이번 롯데와 한샘의 M&A를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샘은 지난 10일,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 엘피가 이번 양해각서와 관련해 한샘의 사내이사인 조창걸 등 5인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6월 말 기준 한샘 지분 8.43%를 보유한 2대주주다. 한샘의 5%이상 주주는 조창걸(15.45%), 테톤캐피탈파트너스(8.43%), 국민연금(6.92%), 한샘드뷰연구재단(5.52%), 우리사주조합(0.03%)로 구성된다.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는 "인허가, 자산, 지적 재산권, 주요 계약 등 자료의 제공과 매각 조건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한 기업 실사에 협력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즉 한샘이 보유하고 있는 인허가, 자산, 지적재산권 및 주요 계약들에 관한 자료의 제공 등 매각조건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한 기업실사에 협력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9일 한샘 지분 인수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설립 예정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 7월 IMM PE는 조창걸 명예회장 및 특수관계인 7인과 보유 지분(30.21%) 및 경영권을 양수하는 양해각서을 체결했다. 향후 주식양수도계약이 체결될 경우 매수인은 IMM PE가 설립할 투자목적회사로 변경될 예정이며 롯데쇼핑은 이번 투자목적회사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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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샘] |
◆ 이달 중 결론...가처분 기각 시 "롯데, 한샘과 유통 전통 사업 강화"
업계는 미국계 헤지펀드의 갑작스런 제동의 이유로 2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 엘피는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주권 침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IMM PE는 한샘 지배주주의 지분만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해주고 인수하면서 비지배주주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공개매수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이에 비지배주주들에게도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개매수 절차가 배재돼,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잡음으로 롯데쇼핑의 이번 투자는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한샘은 이사회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밝힘에 따라 이번 M&A의 협상 결렬 가능성이 발생했다.
한샘 매각 절차를 위한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샘 지분 6.92%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마저 참전할 경우 롯데와 한샘의 인수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샘 측은 "이사회를 통해 상기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추후 진행상황을 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수용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톤캐피탈이 주장하고 있는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 간 충분한 상의가 이뤄져야한다는 법적 선례가 없다"며 "아직까지는 추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유통 전쟁이 가구·인테리어 시장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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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9.14 shj1004@newspim.com |
업계는 롯데의 인수 사례와 한샘의 시장지배력 등을 고려할 때 시너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리바트와 현대L&C를,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인수한 바 있다. 이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홈인테리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한샘은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B2C(인테리어 및 부엌 가구)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부엌가구와 인테리어가구 부문에서 업계 1위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는 한샘 지분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 상품, 콘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의 한샘 지분 인수에 따른 재무안정성의 변화는 크지 않으며, 사업적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인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롯데의 경우 올해 6월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4조7447억원(현금 및 현금성자산 3조, 단기금융상품 1조7000억원)으로 지분 인수대금 납입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전액 차입조달을 가정하더라도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98.8%와 49.7%로 인수 전후 재무안정성의 변화 폭은 그리 크지않다.
최한승 한기평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한샘의 높은 집객력이 기존 유통채널의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샘은 인테리어 가구와 더불어 설립 이래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부엌가구 시장에서 8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보이면서 롯데와의 협업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