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협 출범 1년…경찰서장 평가에 '직협 소통' 반영 성과
"아직도 일부 색안경…직협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경찰청 직협이 메신저 역할할 것…전국 직협 위원장과 소통"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경찰 직협(직장협의회)을 보는 관서장들이 있다. 직협 활동으로 경찰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 결국 치안 서비스가 향상된다. 직협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직협 활동 1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이소진 경찰청 직협 위원장은 뜸도 들이지 않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직협 활동이 순탄하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직협은 쉽게 말해 경찰의 노동조합(노조)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 등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은 이해관계를 따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직협 활동이 금지됐으나 지난 2019년 11월 공무원 직장협의회법이 입법되면서 경찰도 직협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6월 경찰청을 시작으로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관서별로 직협이 설립됐다. 직협은 경찰관의 복지 및 근로 환경 개선, 인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며, 지휘부에 대한 견제의 역할도 한다. 가입 대상은 경감 이하 하위직이다.
직협 출범 이전 경찰청, 시도청별, 부속기관별로 운영된 현장활력회의 대표로도 활동했던 이 위원장은 동료 직원들 지지를 얻어 초대 경찰청 직협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장은 직협 1년여 성과로 직원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에는 매년 경찰서장 등을 평가하는 치안종합성과지표에 '직협과의 소통' 항목을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관련기사 : [단독] 내년부터 경찰서장 성과 평가에 '직협 소통' 반영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를 수용,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2022년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사진 왼쪽)과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5월 열린 정기회의에서 협약서에 사인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경찰청 직장협의회] 2021.09.11 ace@newspim.com |
직협과의 소통 항목이 신설되면 경찰서장이 지금보다 직원들 인권과 복지 등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으로 이 위원장은 기대했다. 특히 경찰서장 성향에 따라 직협 활동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위원장은 "매해 인사에 따라 경찰서장이 바뀌는데 직협에 우호적이던 서장이 다른 곳으로 가고 새로 온 서장이 직협을 싫어할 경우 직협 활동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직협과의 소통 항목 신설로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관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며 "경찰서장 평가에 직협과의 소통을 반영하면 전국에 있는 257명 관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다른 성과로 인사에 동료 직원 평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장치를 만든 점을 꼽았다. 본청 경정급 직위 전입 선발 시 해당 국·관 경감 이하 동료들의 면접 평가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경찰 인사에도 간부 등 지휘관의 입김이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동료 평가를 반영하면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동료 평가 반영 시 경찰 조직 인사가 더 투명해질 것"이라며 "결국 직원들 사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장과의 소통 창구 확대도 직협의 가시적 성과다. 관련 법상 직협과 기관장은 연 2회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이 위원장은 활발한 소통을 위해 김 청장에게 수시 협의 2회 추가를 요청했다. 김 청장도 이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위원장은 경찰청장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전달할 계획이다. 직협 간 전국 단위 연대가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청 직협이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경찰청장을 만날 때마다 전국에 있는 경찰관들이 관심을 가질 안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경찰청장을 만나기 전 전국에 있는 직협 위원장에게 연락해 건의할 안건이 있냐고 문의한다"며 "이렇게 쌓이는 안건은 시급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차례대로 경찰청장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청이 상급 기관으로 각 시·도경찰청과 경찰관서에서 못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그래야 시·도경찰청이 바뀌고 경찰서도 바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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