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전씨의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전 비서관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고 조비오 신부의 주장은 허위라는 전두환의 생각을 인용했다"며 전씨 의도에 따른 회고록 집필을 인정했다.
3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네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전두환 씨가 9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호흡곤란' 호소해 25분만에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08.09 kh10890@newspim.com |
이날 법정에 전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자 재판부는 전씨의 불출석 신청을 허가해 전씨 없이 진행했다.
공판은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한 민씨에 대한 증신 신문을 진행했다.
민씨는 "전씨의 구술 녹취를 바탕으로 회고록 초고를 썼다"며 "전씨가 '나를 잘 알지 않느냐'며 부탁했다"고 회고록 집필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고록에서 5·18에 관한 것은 170쪽이며 이중 헬기사격 문제는 6쪽에 불과하다"며 "정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고 전 대통령의 서술은 13문장 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헬기조종사들은 굉장히 상세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데 목격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크지 않다"며 "무고한 시민에게 헬기 기총소사를 해 학살하지 않았고, 국군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씨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각종 군 기록과 국가기관 감정 결과로 입증된 5·18 헬기 사격을 검토하지 않고 전씨가 회고록으로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전직 대통령이 펴내는 책이고 중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근거를 국과수가 발표했는데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하지 않냐"며 "회고록은 소설이나, 창작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씨는 대부분 "모른다", "아는 바 없다",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조영대 신부와 5·18단체는 "정부가 인정한 5·18희생자만 356명이고 시민 학살과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증거·기록도 수두룩하다"며 "의도적으로 헬기 사격을 부정하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적반하장·후안무치이다"고 꼬집었다.
앞서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2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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