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오토바이 급증...2020년 83%·올해 100% 증가 예상
한국에서 오토바이는 이동보다 '생계'
'밥벌이 내몰린 라이더' 위한 관용 필요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이 2년 가까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금이야 해외여행이라는 단어가 '옛 얘기'가 돼 버린지 오래지만, 베트남이나 타이완에 내디디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오토바이 군단'이다.
자동차보다 많은 오토바이(이륜차).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없이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나오기 일쑤였다. 아침 잠을 깨우는 '모닝콜'도 오토바이 소리가 대신한다. 베트남이나 타이완에서 오토바이는 이동수단이자 생활필수품이다.
베트남 교통국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오토바이 대수는 4600만대 가량(2018년 기준)이다. 인구가 94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은 2명 가운데 1명이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베트남 정부에서 환경 등을 이유로 오토바이에 대한 등록 규제 등을 강화하고, 경제력이 커가면서 자동차 대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동수단의 대세'는 오토바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비율은 10대 1이다. 자동차가 10배 가량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67만7366대(2020년 12월말 기준)로 집계된다. 인구 2.19명당 자동차 1대, 2명 가운데 1명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오토바이는 지난해 말 기준 228만9009대다. 자동차 전체 대수의 10%가 안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30일(오늘)부터 내달 6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함에 따라 수도권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영업이 제한되고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게 된다. 2020.08.30 dlsgur9757@newspim.com |
◆코로나 2년 사이 생계형 오토바이 10만대 증가할 듯
한국은 상대적으로 오토바이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화 과정에서 자동차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오토바이는 대중속으로 쉽게 파고 들지 못했다. 다만, 중화요릿집과 도매상 등의 빠른 물건 이동을 위한 배달 수단으로 각인됐다. 즉, 한국인의 머릿 속에는 '오토바이=배달'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셈이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거리엔 오토바이 엔진음이 여기저기서 요란하다. 신호를 기다리려 정지선에 대기하면 어느새 앞 줄에 오토바이 여러 대가 도열한다. 신호가 바뀌자 마자 총알처럼 달려나간다. 낮보다 밤에 오토바이는 더욱 거리를 지배한다.
아직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뒤덮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억을 되살려 보면 2년 전에 비해 확실히 늘었다.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전체 오토바이 신고 대수는 223만6895대다. 전달인 2019년 11월(223만8594대)에 비해 1699대 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고개를 들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2020년에는 228만9009대(2020년 12월말 기준)로 1년 사이 5만2114대 늘었다. 2019년에는 전년(2018년, 220만8424대) 대비 2만8471대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1년간 늘어난 오토바이 대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연간 83%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 오토바이 신고대수가 231만6268대다. 지난해 말(228만9009대)에 비해 3만 185대 증가했다. 한달 평균 4312대씩 늘었다. 1년으로 단순계산하면 5만1746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오토바이 증가세는 2020년의 10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히려 줄었던 오토바이 숫자가 유행 이후 2년 사이 183%, 다시 말해 추계상으로 코로나19 이후 2배 가까운 폭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 코로나 19 전후 이륜차(오토바이) 등록 신고 대수 추이 2021.08.18 fair77@newspim.com |
◆먹고 살기 위한 오토바이 급증 뚜렷
한국에서 오토바이는 이동이 아닌 '생계'다. 물론 고급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주말마다 야외 강변을 달리는 '라이더'도 증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오토바이는 '처절한 밥벌이' 수단이다. 코로나19가 한해를 넘겨 그 다음해 가을을 바라보고 있지만, 세력이 약화되기는커녕 점점 기세등등해진다.
오토바이 신고대수를 유형별로 보면 관용보다 자가용(개인용)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관용 오토바이는 코로나19 이전 2만 7083대(2019년 12월)에서 올해 7월 2만6453대로 줄었다.
개인용 가운데 자동차운전면허증만 갖고도 몰 수 있는 경형(125cc미만)도 14만1180대(2019년 12월)에서 13만1293대(2021년 7월)로 감소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생계와 연관있는' 소형과 중형 비중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개인용 소형 오토바이 대수는 85만7613대(2019년 12월)에서 85만8287대(2021년 7월)로 674대 증가했다.
무엇보다 비교적 장거리까지 배달이 가능한 중형(250cc)이 109만 8599대(2019년 12월)에서 115만7335대(2021년 7월)로 5만8736대나 급증했다. 중형은 '배달'에 최적화된 오토바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난 시대적 영향도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고 '배달의 전선'에 뛰어든 라이더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달의 민족'을 넘어 '배달의 왕국' 아니, '배달의 공화국'이 무색하지 않은 지점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배달노동단체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라이더안전보장법 제정 집중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08 dlsgur9757@newspim.com |
◆먹고 살기 위한 '라이더'에 짜증보다 배려 필요
오토바이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각종 불만도 쇄도한다. 차량 간격의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며 사각지대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에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늦은 밤 오토바이 굉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도 많다.
사고도 잦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오토바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만898건, 지난해 2만1258건을 기록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도 지난해 525명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서울은 2020년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65명 가운데 24명이 배달 종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3명 중 1명이 배달 노동자인 셈이다.
경찰도 9월부터 집중단속에 들어간다. 늦은 시간 '배달소음'에 대한 규제의 일환으로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법률 발의에 나서고 있다. 장제원 의원(국민의힘)은 7월 22일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단속과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들도 밤늦게까지 굉음을 일으키며 주민들의 악담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대에 능숙하지 못한 '신입들'이 거리에 나서다 보니, 사고도 빈발할 수밖에 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다 보니, 사고시 보험도 제대로 들지 않은 채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일도 상당수일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적'에 맞서 밥벌이를 위해 헬멧을 쓰고 달려야 하는 '오토바이'를 위해 조금은 시대적 관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짜증나는 굉음이라고 여기기보다, 밤늦게 밥벌이를 위해 잘 타지도 못하는 오토바이를 힘겹게 이끈다는 배려. 경찰이 단속을 할지언정 '정말 나쁜 운전자'가 아니면 법의 관용을 보여주는 미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