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헌법과 국제인권 규범에도 어긋나"
"16시간 일해 쓰러져도 사업장 '쇼한다'며 변경 거부해"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 8개월, 한 사용자에게 종속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시민사회단체들이 17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위헌판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조합(이주노조)과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변경 제한은 위헌이고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정부는 현대판 노예제도인 고용허가제를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8개월간 한 사용자를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를 공장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건 종전 고용관계 종료에 대한 사용자 동의를 얻거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근로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에 고용관계 종료가 해당함을 입증할 때 뿐"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사용자를 위해 계속 일하거나 출국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 제한 위헌판결 촉구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8.17 pangbin@newspim.com |
아울러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은 국가가 노동자에게 재취업을 허가하지 않고 추방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주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을 극대화 시키고, 오히려 불법적인 노동조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분기 고용허가제 사업장 수는 5만7213개로 이주노동자는 16만583명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처음 계약한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계약만료 등이 있을 경우 국내 취업기간인 3년간 3회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사업장을 이동하는 이주노동자는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새로운 곳에서 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업장과 근로계약을 맺거나 사용자와의 갈등으로 사업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야 사업주들이 조금이라도 노동조건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높은 기숙사비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알리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6.17 yooksa@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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