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10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억압받는 10대들의 고통과 번뇌 속 외침에 귀를 기울인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이 공연은 조정석, 김무열, 주원 등 유명 배우들이 거쳐간 뮤지컬로도 유명하다. 무대에서는 아주 생경하고 낯선 세상에 눈을 뜨는 청춘들의 날것의 언어와 미성숙한 행동들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 장면 [사진=(주)엠피앤컴퍼니] 2021.08.10 jyyang@newspim.com |
◆ 가장 극심하게 억압받던 시대, 억압받던 세대의 이야기
극중 배경은 국가 주도의 개혁이 이뤄지던 1891년의 독일이다. 전체주의로 인해 온 나라가 하나의 군대처럼 조직화되는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이 뮤지컬은 담았다. 지적이지만 무신론자인 멜키어(노윤)는 성적 호기심에 휩싸인 모리츠(이봉준)에게 장문의 글로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벤들라(김서연) 역시 이성에 눈을 뜨지만 어머니(류수화)는 진실을 숨기기 급급하다. 결국 처음 경험해보는 감정과 느낌에 빠져드는 멜키어와 벤들라, 모리츠는 파국을 향해 간다.
노윤의 멜키어는 모든 일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인물이다. 타고난 지적 능력으로 모범생의 위치에 있지만 일찌감치 수많은 질문에 부딪혔고 무신론을 신봉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멜키어와 친구인 모리츠는 다소 어수룩하지만 솔직하고 심성이 여리다. 이봉준은 순수함의 극치였던 모리츠부터 극심한 좌절로 무너지는 인물까지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해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 장면 [사진=(주)엠피앤컴퍼니] 2021.08.10 jyyang@newspim.com |
벤들라 역의 김서연은 신인임에도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극의 시작부터 관객들의 주의를 제대로 끈다. 시집간 언니가 임신해 조카가 둘이나 생겼지만 남녀사이의 일을 알지 못하는 벤들라. 순수함과 무모함으로 무장한 청춘이지만 생경한 감정과 느낌 앞에서는 한없이 겁에 질린다. 극 후반 무지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의 그의 경악스러운 표정은 모두의 공감과 동정을 산다.
◆ 그때도 지금도, 고난과 시련을 뚫고 성장하는 아이들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제목처럼, 이 뮤지컬 속 인물들은 모두 깨어나는 봄을 맞이하고 겪어내는 중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나의 변화, 낯선 감정과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어하지만 어른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숨기고 감춘다. 다만 모든 생각과 '왜'라는 질문을 봉쇄한 채 공부, 복종의 의무만을 강요한다.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이 극에서 꽤나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연 현재라고 다른지를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 장면 [사진=(주)엠피앤컴퍼니] 2021.08.10 jyyang@newspim.com |
믿음직한 모범생처럼 보였던 멜키어는 벤들라와 충동적인 행동으로, 모리츠에게 전달한 글로 어른들의 기대를 무참히 깨뜨린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과연 불필요한 것이었을까. 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배우들의 직설적이고 역동적인 춤, 노래로 구현되는 생생한 묘사를 마주하며 우리는 수많은 질문에 봉착한다. 어른들의 억압과 독단적인 결정으로 결국 아이들이 처하는 상황은 꽤 묵직한 울림을 준다. 과연 현재의 어른들은 봄을 맞는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답을 주고, 관심을 가져줄 용기를 갖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오는 10월 3일까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