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에너지 흡수량 늘려 체온 높여 생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북극에서도 나비가 살 수 있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극지연구소는 북반구 고위도에 사는 나비가 생존에 필요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근적외선 영역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15일 밝혔다.
북그린란드는 여름에도 기온이 최고 10 도에 불과할 정도로 춥지만, 나비와 파리 등 곤충이 살고 있다. 한낮에는 사진과 같이 날개를 펼치고 태양빛을 흡수하여 체온을 높인다. 특히 체온조절에 중요한 몸통과 몸통 인근 날개 색이 어두운데, 이는 빛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료=극지연구소] 2021.07.15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일반적으로 곤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에 불과한 고위도 북극에서 생존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북극에서 나비가 생존하는 것에 대해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와 목포대 강창구 교수 연구팀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럽 나비 표본 343종의 사진,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기온과 강수량에 따른 나비 표면의 반사도를 확인했다.
나비는 지중해 연안(위도 34도)부터 고위도 북극(위도 70도)에 이를 정도로 분포 지역이 넓어서 기후 요인이 동물의 표면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에 알맞은 종으로 꼽힌다.
분석 결과, 고위도의 추운 곳에 사는 나비일수록 표면의 반사도가 낮았다. 태양 에너지의 흡수량을 늘려서 체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극지연구소의 설명이다. 반대로 더운 지역에서는 반사도를 높여서 체온을 낮추게 된다.
반사도의 차이는 가시광선보다 근적외선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와 달리, 빛의 파장대를 적외선 영역까지 확장해 반사도 변화를 측정했고 근적외선이 체온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부위별로 보면, 혈액 순환과 비행 등 나비의 핵심 신체 기능이 몰려 있는 몸통(가슴, 배)과 날개 인접 부위에서 기온에 따른 반사도 변화가 잘 관찰됐다. 연구팀은 스스로 체온 조절이 가능한 포유류나 조류 등 항온 동물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작이 작동하는지 연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나비의 몸통과 날개 근저 부위 평균 반사도 [자료=극지연구소] 2021.07.15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원영 박사는 "표면의 반사도를 낮춰 체온을 지켜낸 극지 곤충들에게 급격한 북극의 온난화는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북극 생태 연구 등을 통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태학전문지 에콜로지레터스(Ecology Letters) 온라인 판에 지난달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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