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갈매기 경고음에 이끌려 접근했다 우발적 공격 추정
번식지와 17km 이상 떨어져 새끼 지키려는 의도로 파악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천적인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를 습격한 아델리펭귄의 모습이 국내 연구진에 포착됐다.
극지연구소는 아델리펭귄이 천적인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를 습격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10일 밝혔다. 아델리펭귄의 집단 번식지가 아닌 곳에서 이 같은 행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뫼비우스(Cape Möbius)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로 아델리펭귄들이 도둑갈매기 둥지 3곳을 공격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카메라에 포착된 아델리펭귄은 도둑갈매기의 알을 밟아서 터뜨리기도 했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뫼비우스 (Cape Möbius)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로 아델리펭귄들이 도둑갈매기 둥지 3곳을 공격하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10일 전했다. [자료=극지연구소] 2021.06.10 biggerthanseoul@newspim.com |
케이프 뫼비우스가 위치한 남극 로스해 일대는 전 세계 아델리펭귄의 약 32%가 번식하는 곳으로, 아델리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는 도둑갈매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연구팀은 호기심이 많고 호전적으로 알려진 아델리펭귄 무리가 침입자에게 보내는 도둑갈매기의 경고음에 이끌려 접근했다가 우발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추정했다.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펭귄 둥지를 공격하는 도둑갈매기와 달리, 펭귄은 다른 조류의 알이나 새끼를 먹지 않기 때문에 사냥 등 특정 의도를 갖고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연구팀을 판단했다.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도 가장 가까운 아델리펭귄 집단 번식지와 17km이상 떨어져 있어서 새끼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천적을 공격하는 아델리펭귄의 이번 사례처럼 남극 생태계에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며 "무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남극동물들의 행동과 생태의 비밀을 풀어내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Diversity' 특별호에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물다양성'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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