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 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내 주식만 안올랐다'는 탄식이 여전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익률 인증에 적극적이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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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1.06.30 lovus23@newspim.com |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동학개미의 승리라 할 만했다. 대규모 유동성 유입으로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그간 시장에서 소외됐던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주머니를 두둑히 채울 수 있었다.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 개별종목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꽤 됐다. 여의도에선 10년 이상 경력의 펀드매니저보다 단순히 삼성전자 냉장고가 예뻐 삼성전자 주식을 산 주린이가 더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지난 28일 기준 증시 예탁금은 67조6778억원이다. 여전히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며 시장엔 주도주가 부재하다. 증시를 이끄는 테마는 하루걸러 한번 꼴로 바뀌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대해 "작년엔 하루에 100개 종목 중 80개 종목이 오르는 장세였다면 지금은 상승 종목이 50개 정도에 그친다. 주도 업종도 왔다 갔다 하는데다가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에 따라 주가가 상이하게 가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따라가기엔 벅찬 장세"라고 표현했다.
이전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개인투자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유사 도박'의 영역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밈(Meme) 투자 문화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밈은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물을 뜻한다. 밈 투자는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행처럼 거론되는 종목을 따라 투자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밈 투자의 시작점은 연초 게임스탑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월 미국 증시에서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광풍 매수를 했고, 비디오 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탑 주가를 한달동안 1000% 넘게 밀어 올렸다. 물론 회사의 실적과는 전혀 무관했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스팩(SPAC)주 투자 열풍도 밈 투자문화의 일환이다. 지난 17일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뛴 다음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막 상장한 스팩주는 실체 없는 '깡통'에 불과하다. 스팩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명목상 회사로, 비상장사를 인수해야만 가치가 생긴다. 결국 이유 없는 주가 급등은 내리막을 탔다. 삼성 머스트스팩5호는 23일부터 28일까지 22% 하락했다.
두산중공업과 HMM도 대표적인 밈 주식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6월초 각각 작년 말 대비 137%, 266% 오르며 '두슬라', '흠슬라'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29일 기준 고점 대비 25%, 14%씩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밈 투자는 소수 투자자의 여론몰이에 의존한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종목에 뒤늦게 올라탄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적 확인이나 전개 사업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탓에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또 언제 하락세로 접어들지 불분명하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 절차를 건너뛴 채 입소문 탄 종목을 사모으는 밈 투자는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식의 게으른 투자 방식이다. 기대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실적과 공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성실한 투자자로 거듭나야할 때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