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백신·치료제, 선구매 제도 등 적극 활용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인 만큼 사업성도 있었고, 국내산 백신·치료제에 대한 국민적 바람도 컸다.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등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1~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한 곳은 없다.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 해 백기를 든 업체들도 생겨났다. 일양약품, 종근당, GC녹십자는 이미 고배를 마셨다. 출사표를 던진 JW중외제약도 2상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철회하고, 임상시험 1b 진행 여부를 논의 하고 있다.
통상 신약 개발에는 10년이 걸린다. 투입되는 시간에 비해 리스크는 높다. 개발 이후 필요 물량 이상으로 생산에 대한 손실은 오롯이 제약사가 떠안게 된다. 업계에서 '코로나19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게 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인데, 특히나 코로나 임상시험은 실시간 중계 돼 부담이 크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경민 산업1부 기자 |
초라한 성적표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제약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임상시험 3상에만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데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며 "회사가 아닌 정부가 컨트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힘들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개발할 동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 집행된 예산도 없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책정된 687억원 중 셀트리온에 '렉키로나' 임상지원비 271억을 제외하곤 신규 집행된 내역은 없었다.
토종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1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임상시험 3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 정식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규제기관에서의 허가 절차도 순항이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사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에서 백신 선구매 방안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임상시험 비용 등 자금의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외곽 지원도 시급하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