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 후 구역 상황따라 제한시기 선정
사전 지위 양도제한 적용 기준 불명확...해당구역 주민 반발 예상
사업 초기 지역·강북 수요 이동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조합원 지위 규제 강화 조치를 사업장에 따라 선별 적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일률적인 조합원 지위 규제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약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규제 강화가 적용되는 사업장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향후 주민들의 또 다른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회피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보완"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선별 적용
29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투기 수요 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정비구역에 한해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회부됐다.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빠르면 8월 혹은 9월 중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내용은 현재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로 돼 있는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시기를 각각 안전진단통과와 정비구역지정 이후로 개정하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고 집값 상승 우려가 큰 지역에 한해 선별 적용하기로 했다. 시·도지사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 수요 유입과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 등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후 지정일을 정한다.
양도제한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건 정비사업 구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는데 따른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집값 급등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경제력이 취약한 조합원이 많은 구역 등에서는 이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 정비사업 추진을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사유에 안전진단 통과·정비구역 지정·추진위 설립 후 2년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은 경우에 더해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및 착공 후 3년 이상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포함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투기수요 유입과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만큼 예외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와 서울시 실무진 사이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선의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와서 일부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불분명한 지위 양도제한 기준·풍선효과 우려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을 사전에 지정하는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히 마련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규제 적용 시점을 지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토부장관이 시·도지사에게 기준일 지정을 요청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이를 따르도록 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게 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의사에 따라 규제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지정 근거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사업장별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시기를 다르게 적용하면 수요자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며 "제한 시기를 일률적으로 앞당기거나 가격상승률·조합원 소유권 이전율 등 정량적 지표를 바탕으로 양도제한 지정일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별적인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조치가 취해지면 압구정·목동 등 주요 재건축 지역에 선제적인 규제가 가해지겠지만 주목도가 덜하고 가격 상승이 크지 않은 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 정비사업지나 안전진단 통과 전인 재건축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조치로 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 일대 지역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조치 시행이 예고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데다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단지들이 위치한 노원구의 집값 상승폭은 확대됐다.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으면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강북구 등의 집값도 뛰는 모습이었다.
한국부동산원 6월 3주차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노원구의 집값은 0.25% 상승했다. 6월 1주차 0.20% 올랐으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치 시행 예고 후 2주 연속 0.25%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북구도 6월 1주차에는 0.07% 올랐으나 이후 2주간 0.10% 상승하는 등 오름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위 양도제한이 선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지역이나 집값 상승이 완만한 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제도 자체 요인보다 시장 상황등 외부요인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풍선효과가 나타나도 큰 규모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사업 초창기인 지역이나 가격 상승이 덜한 곳에서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오름세인 시장 상황과 강력한 규제를 피하려는 심리적 요인도 풍선효과를 일으키는데 영향을 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제에 따른 리스크도 있는만큼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