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뉴스핌] 이경환 기자 = 전국에서 폐기물 불법 투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 등으로 피해를 입은 토지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최근 폭탄 돌리기 방식의 폐기물 불법 투기로 피해를 입은 토지주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 돼 수억원의 처리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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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처리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3천297t에 달하는 사업장폐기물을 B씨와 함께 미리 임차해 둔 안성시의 토지에 투기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민원을 통해 안성시가 불법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시는 A씨에게 폐기물의 적정한 처리를 명령하고,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이에 따라 A씨 일당은 2017년 2월 계약을 체결했던 C사가 소유한 이천시 소재 토지(1만2천785㎡)에 폐기물을 투기했다.
이들은 당시 헌 옷을 수거해 재활용 사업을 하겠다고 토지 소유주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밤낮으로 폐기물을 투기하면서 민원이 제기됐고 이천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A씨 일당이 2017년 3월 2일부터 12일까지 불과 열흘 만에 안성시에서 임대한 이천시 토지로 폐타이어 등 발암 물질이 섞인 산업쓰레기 3297t을 쌓았다.
15t 쓰레기차로 200여대가 넘는 규모다.
이천시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 돼 있는 A씨가 폐기물 처리비용 8억2000여만원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자 토지 소유주 A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폐기물관리법 48조에는 폐기물을 처리한 자나 확인을 하지 않고 위탁하거나, 폐기물을 직접 처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 소유의 토지 사용을 허용한 경우 폐기물이 버려지거나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에게 처리에 대한 조치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에 따라 폐기물 배출자와 폐기물 운반자, 토지주에게 폐기물 처리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릴수 있었지만 안성시는 폐기물 배출자인 안성 토지주에게는 행정 대집행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폐기물 운반자와 토지주 A씨에게 불법 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한 청구를 하면서 폐기물 배출자에게는 아무런 불이익도 가하지 않는 등 행정처분이 적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성시가 불법 투기된 대규모의 폐기물이 배출자 신고 및 올바로 시스템 등록 없이 절차를 진행해 관련 법령을 위반해 불법 배출됐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는 것이다.
안성시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1억2000여만원으로 신고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 들이면서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이같은 내용으로 안성시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2020년10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의정부지법에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부작위로 침해된 국민의 법익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그 결과를 예견해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성시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안성에 있는 토지의 폐기물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임무"라며 "이를 위해 B씨와 C씨에게 그 폐기물의 처리를 요구하고, 주기적으로 안성시 토지를 찾아가 확인하는 것을 넘어 상세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안성시 담당 공무원이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폭탄 돌리기식 폐기물 투기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 이를 처리한 토지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기 위해 상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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