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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내비게이션 없이 여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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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주말 아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에어컨을 틀어도 푹푹 찌는 날씨까진 참을만했다. 하지만 분노를 일으키는 건 따로 있었으니...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고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할 때마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천천히 달리던 차(車)들이 갑자기 앞 차량과 스킨십이라도 할 기세로 바짝 붙어서 절대 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결국 목적지까지 수 km를 돌아와야 했다.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내비게이션 덕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광 모래미 해수욕장에 쪼그려 앉아있는 전기자. 대변 보는거 아니다. 이곳에 왜 오게된 건지 읽어보면 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짜증 나는 기분을 해소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삼키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바다와 여행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무료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무계획 여행이었던 만큼 대책 없이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종이 지도와 표지판만 보고 떠났던 '그 시절, 그 감성' 여행을 해봤다.

◆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 그 여행지

어릴 땐 아무 준비도, 계획도 없이 떠나던 여행을 좋아했다.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건 수능이 끝난 직후였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친구와 무작정 버스터미널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가자며 전남 영광군으로 떠난 적이 있었다. 가족여행을 제외하곤 타지역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보는 마을, 낯선 냄새, 생소한 음식을 통해 가슴이 설렜다. 그 설렘이 좋아서 대학생 때는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나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내려 숙박을 하곤 했다. 막상 기차에 내려도 볼 것도 없다고 후회하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그 자체도 청춘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여기며 행복했다.

사소한 것에도 가슴이 뜨겁던 시절도 잠시 직장인이 된 순간 설렘은 점차 사라져갔다. 짧은 휴가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무계획 여행은 사치였다. 어느새 내 여행은 평소에는 갈 수 없었던 북적이는 여행지, SNS에 떠오르는 숙소,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것이 알찬 여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연휴의 아쉬움 때문인지, 더 잘 놀아야 된다는 강박 때문인지 연휴 끝엔 늘 공허함이 가득했다. 나이가 들수록 웃음이 사라진다는데 추억거리도 하나 만들 겸 생전 처음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영광'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 스마트폰을 껐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가족여행을 할 때면 아버지는 차에서 저런 지도를 펼쳐보시곤 헤매지도 않고 전국 곳곳을 다니셨다.[사진=독자 제공] 2021.06.08 kh10890@newspim.com

핸드폰을 아예 가져가지도 않을 생각이었지만 차를 끌고 이런 여행은 난생처음이라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전원만 잠시 꺼두기로 했다.

시동을 건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목적지를 정하면 홀가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영광으로 가는 방법을 몰랐다. '한 번만 내비 켰다가 다시 끄면 되잖아'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듯 했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출발했다. 영광으로 도착하지 않아도 무계획 여행의 취지에 맞다고 위안을 삼았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표지판이 안내하는 대로

어디로 갈지 계획이 없어 직진만 하는 운전을 하고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글쓰기에 앞서 고백한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매번 운전할 때마다 겪는 스트레스다. 분명 오른쪽으로 빠지라는 소리를 듣고 빠졌는데 100m를 더 가서 빠졌어야 했다고 다시 경로를 알려준단다. "자기가 똑바로 알려줄 것이지" 내비게이션에 화를 내곤 했다. 이 정도로 '길치'다.

이런 나에게 표지판만 바라보고 이동하라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 사실상 오늘 안에 도착 못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국도가 아닌 고속도로를 가야 했다(사실 국도로 가라고 해도 어딘지 모른다). 휴게소든 톨게이트에서든 물어볼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하늘도 불안한 내 마음을 알았을까. 운 좋게도 직진만 했을 뿐인데 영광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출발 전 핸드폰 지도 앱으로 도착 예정시간을 검색했을 때 1시간 10여분 걸린다고 적혔지만 원하는 목적지도 아닌 영광에 들어선 것만 해도 2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래도 도착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이었다.

아버지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어떻게 표지판만 보고 전국 곳곳을 안 헤매고 다닐 수 있었나 새삼 감탄하게 됐다.

◆ 길에서 만난 사람들

11년 전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향하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영광에 도착하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생겼다. 바로 '백수해안도로'였다.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11년 전의 나는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었다. 친구와 택시비 절반씩 부담하고 탈까 했지만 그럼 며칠 치 용돈을 당겨 써야 했기에 "우리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며 버스를 탔다.

동네 주민에게 몇 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지 물어서 도착한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내리자마자 10분 뒤 다시 탑승하지 않으면 막차가 끊긴다는 버스기사의 말에 1박 할 돈이 없어 곧바로 탑승했다. 이렇게 첫 무계획 여행은 10분의 즐거움으로 끝을 맺었다.

아무도 안다니는 곳에 표지판이 있었다.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가기가 정말 어려웠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다시 언젠가 돈도 생기고 시간도 많을 때 오겠노라 다짐했지만 돈이 생기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생기면 돈이 없어서 이곳으로 여행을 미뤄왔지만 이날이 그토록 다짐했던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 바로 그날이었다.

좁은 골목길로 향하니 마을이 보였다. 주민에게 백수해안도로를 가는 방법을 물었다. 손가락을 쭉 뻗으며 "저쪽으로 쭉 가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알려주신 방법으론 도저히 못 찾아갈 것 같다고 하니 일단 직진을 쭉 하면 된다고 해서 "망했네"라고 생각하고 시동을 거는데 옆에서 듣던 중년 아저씨가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 무계획의 묘미...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것

조개 줍는게 재밌는 정신연령은 어린 30살의 전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11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어떻게 변했을지. 아직도 아름다웠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지 상상하며 도착한 해안도로는 좌절 그 자체였다. 늦게 도착한 탓에 바닷물이 저 멀리까지 빠져 있었고, 갯벌만이 가득했다.

허탈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11년 만에 온 건데 그대로 돌아가긴 아쉬워 모래미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보니 갯벌의 작은 게들이 반겨줬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힐링이 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녹았다. 게다가 조개 캐는 아이, 강아지와 해변 산책 나온 부부를 보니 바닷물이 있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나 이렇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륙에 사는 사람은 공감할거다. 바다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해수욕장에서 게, 물고기를 보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같이 놀고 싶었을 뿐인데 게가 도망갔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바닷물이 빠진 바다는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래미 해수욕장은 달랐다. 오히려 물이 빠진 뒤에야 진짜 즐길 수 있는 조개잡이 체험이 있었다. 만원만 내면 조개잡이에 필요한 조개 갈퀴와 그물망을 이곳 어촌계에서 대여해 준다고 했다. 어촌계 관계자는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내는데 일품인 동죽과 백합이 조금만 파도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고 체험 한번 하고 가라고 했지만 계획 없이 온 탓에 갯벌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눈으로만 보겠다고 했다.

체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조개 캐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또 오면 되는 거니까. 다음이 11년 만이 아니길. 

◆ 떠나기 전 '영광 굴비' 먹방은 여행의 국룰

여자친구와 굴비정식 2인분을 시켰다. 가시 발라준다고 내 접시로 가져가놓고 실수로 3마리를 내가 먹어버렸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몰랐기에 어촌계 사무실에 들어가서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돈가스, 초밥, 파스타, 굴비 중에 어떤 걸 좋아하냐고 고르라길래 영광에 왔으니 당연히 굴비를 먹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가게 이름은 알았는데 가는 길을 또 찾아가는 게 문제였다. 가는 길목마다 'OO굴비' 가게를 아냐고 주민들에게 물었더니 그 집은 유명하기만 하지 맛없다기에 불안해졌다. 그래도 유명한 곳은 찾아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1만 5000원짜리 정식을 시켰다.

남도음식의 명성에 걸맞게 뭐부터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반찬과 군침을 자극하는 굴비가 나왔다. 생각보다 그리 특별한 맛은 아녔다. 집에서 늘 먹던 맛이었다.

비록 예상 소요시간보다 몇 시간이 늦게 도착했지만 결국 영광에 도착해서 이런 것도 봤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거니까.[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길치에게 무계획 당일치기 여행은 대단한 도전이었고, 힘든 결정이었다. 소중한 주말을 자칫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지도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했다. 예상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내가 원하는 장소로 정확하게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다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경로를 이탈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거다. 길을 안내해 준 대로 잘못 갔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이 "으이그.. 알려줘도 못 찾냐? 당신은 실패자야"하고 말하지 않는다. 재빨리 경로를 안내해 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도전을 했을 때 실패했다고 당신의 인생이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거다. 내비게이션이 다시 길을 되찾아주듯 인생도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다시 목적지까지 되찾아가면 된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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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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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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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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