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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내비게이션 없이 여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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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주말 아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에어컨을 틀어도 푹푹 찌는 날씨까진 참을만했다. 하지만 분노를 일으키는 건 따로 있었으니...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고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할 때마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천천히 달리던 차(車)들이 갑자기 앞 차량과 스킨십이라도 할 기세로 바짝 붙어서 절대 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결국 목적지까지 수 km를 돌아와야 했다.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내비게이션 덕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광 모래미 해수욕장에 쪼그려 앉아있는 전기자. 대변 보는거 아니다. 이곳에 왜 오게된 건지 읽어보면 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짜증 나는 기분을 해소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삼키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바다와 여행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무료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무계획 여행이었던 만큼 대책 없이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종이 지도와 표지판만 보고 떠났던 '그 시절, 그 감성' 여행을 해봤다.

◆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 그 여행지

어릴 땐 아무 준비도, 계획도 없이 떠나던 여행을 좋아했다.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건 수능이 끝난 직후였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친구와 무작정 버스터미널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가자며 전남 영광군으로 떠난 적이 있었다. 가족여행을 제외하곤 타지역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보는 마을, 낯선 냄새, 생소한 음식을 통해 가슴이 설렜다. 그 설렘이 좋아서 대학생 때는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나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내려 숙박을 하곤 했다. 막상 기차에 내려도 볼 것도 없다고 후회하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그 자체도 청춘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여기며 행복했다.

사소한 것에도 가슴이 뜨겁던 시절도 잠시 직장인이 된 순간 설렘은 점차 사라져갔다. 짧은 휴가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무계획 여행은 사치였다. 어느새 내 여행은 평소에는 갈 수 없었던 북적이는 여행지, SNS에 떠오르는 숙소,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것이 알찬 여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연휴의 아쉬움 때문인지, 더 잘 놀아야 된다는 강박 때문인지 연휴 끝엔 늘 공허함이 가득했다. 나이가 들수록 웃음이 사라진다는데 추억거리도 하나 만들 겸 생전 처음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영광'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 스마트폰을 껐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가족여행을 할 때면 아버지는 차에서 저런 지도를 펼쳐보시곤 헤매지도 않고 전국 곳곳을 다니셨다.[사진=독자 제공] 2021.06.08 kh10890@newspim.com

핸드폰을 아예 가져가지도 않을 생각이었지만 차를 끌고 이런 여행은 난생처음이라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전원만 잠시 꺼두기로 했다.

시동을 건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목적지를 정하면 홀가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영광으로 가는 방법을 몰랐다. '한 번만 내비 켰다가 다시 끄면 되잖아'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듯 했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출발했다. 영광으로 도착하지 않아도 무계획 여행의 취지에 맞다고 위안을 삼았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표지판이 안내하는 대로

어디로 갈지 계획이 없어 직진만 하는 운전을 하고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글쓰기에 앞서 고백한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매번 운전할 때마다 겪는 스트레스다. 분명 오른쪽으로 빠지라는 소리를 듣고 빠졌는데 100m를 더 가서 빠졌어야 했다고 다시 경로를 알려준단다. "자기가 똑바로 알려줄 것이지" 내비게이션에 화를 내곤 했다. 이 정도로 '길치'다.

이런 나에게 표지판만 바라보고 이동하라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 사실상 오늘 안에 도착 못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국도가 아닌 고속도로를 가야 했다(사실 국도로 가라고 해도 어딘지 모른다). 휴게소든 톨게이트에서든 물어볼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하늘도 불안한 내 마음을 알았을까. 운 좋게도 직진만 했을 뿐인데 영광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출발 전 핸드폰 지도 앱으로 도착 예정시간을 검색했을 때 1시간 10여분 걸린다고 적혔지만 원하는 목적지도 아닌 영광에 들어선 것만 해도 2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래도 도착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공이었다.

아버지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어떻게 표지판만 보고 전국 곳곳을 안 헤매고 다닐 수 있었나 새삼 감탄하게 됐다.

◆ 길에서 만난 사람들

11년 전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향하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영광에 도착하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생겼다. 바로 '백수해안도로'였다. 처음 무계획 여행을 떠났던 11년 전의 나는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었다. 친구와 택시비 절반씩 부담하고 탈까 했지만 그럼 며칠 치 용돈을 당겨 써야 했기에 "우리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며 버스를 탔다.

동네 주민에게 몇 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지 물어서 도착한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내리자마자 10분 뒤 다시 탑승하지 않으면 막차가 끊긴다는 버스기사의 말에 1박 할 돈이 없어 곧바로 탑승했다. 이렇게 첫 무계획 여행은 10분의 즐거움으로 끝을 맺었다.

아무도 안다니는 곳에 표지판이 있었다.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가기가 정말 어려웠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다시 언젠가 돈도 생기고 시간도 많을 때 오겠노라 다짐했지만 돈이 생기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생기면 돈이 없어서 이곳으로 여행을 미뤄왔지만 이날이 그토록 다짐했던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 바로 그날이었다.

좁은 골목길로 향하니 마을이 보였다. 주민에게 백수해안도로를 가는 방법을 물었다. 손가락을 쭉 뻗으며 "저쪽으로 쭉 가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알려주신 방법으론 도저히 못 찾아갈 것 같다고 하니 일단 직진을 쭉 하면 된다고 해서 "망했네"라고 생각하고 시동을 거는데 옆에서 듣던 중년 아저씨가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 무계획의 묘미...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것

조개 줍는게 재밌는 정신연령은 어린 30살의 전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11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어떻게 변했을지. 아직도 아름다웠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지 상상하며 도착한 해안도로는 좌절 그 자체였다. 늦게 도착한 탓에 바닷물이 저 멀리까지 빠져 있었고, 갯벌만이 가득했다.

허탈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11년 만에 온 건데 그대로 돌아가긴 아쉬워 모래미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보니 갯벌의 작은 게들이 반겨줬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힐링이 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녹았다. 게다가 조개 캐는 아이, 강아지와 해변 산책 나온 부부를 보니 바닷물이 있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나 이렇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륙에 사는 사람은 공감할거다. 바다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해수욕장에서 게, 물고기를 보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같이 놀고 싶었을 뿐인데 게가 도망갔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바닷물이 빠진 바다는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래미 해수욕장은 달랐다. 오히려 물이 빠진 뒤에야 진짜 즐길 수 있는 조개잡이 체험이 있었다. 만원만 내면 조개잡이에 필요한 조개 갈퀴와 그물망을 이곳 어촌계에서 대여해 준다고 했다. 어촌계 관계자는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내는데 일품인 동죽과 백합이 조금만 파도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고 체험 한번 하고 가라고 했지만 계획 없이 온 탓에 갯벌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눈으로만 보겠다고 했다.

체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조개 캐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또 오면 되는 거니까. 다음이 11년 만이 아니길. 

◆ 떠나기 전 '영광 굴비' 먹방은 여행의 국룰

여자친구와 굴비정식 2인분을 시켰다. 가시 발라준다고 내 접시로 가져가놓고 실수로 3마리를 내가 먹어버렸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몰랐기에 어촌계 사무실에 들어가서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돈가스, 초밥, 파스타, 굴비 중에 어떤 걸 좋아하냐고 고르라길래 영광에 왔으니 당연히 굴비를 먹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가게 이름은 알았는데 가는 길을 또 찾아가는 게 문제였다. 가는 길목마다 'OO굴비' 가게를 아냐고 주민들에게 물었더니 그 집은 유명하기만 하지 맛없다기에 불안해졌다. 그래도 유명한 곳은 찾아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1만 5000원짜리 정식을 시켰다.

남도음식의 명성에 걸맞게 뭐부터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반찬과 군침을 자극하는 굴비가 나왔다. 생각보다 그리 특별한 맛은 아녔다. 집에서 늘 먹던 맛이었다.

비록 예상 소요시간보다 몇 시간이 늦게 도착했지만 결국 영광에 도착해서 이런 것도 봤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거니까.[사진=전경훈 기자] 2021.06.0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길치에게 무계획 당일치기 여행은 대단한 도전이었고, 힘든 결정이었다. 소중한 주말을 자칫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지도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했다. 예상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내가 원하는 장소로 정확하게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다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경로를 이탈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거다. 길을 안내해 준 대로 잘못 갔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이 "으이그.. 알려줘도 못 찾냐? 당신은 실패자야"하고 말하지 않는다. 재빨리 경로를 안내해 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도전을 했을 때 실패했다고 당신의 인생이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거다. 내비게이션이 다시 길을 되찾아주듯 인생도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다시 목적지까지 되찾아가면 된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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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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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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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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