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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어느 날, 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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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하늘은 파랗고, 길거리엔 벚꽃으로 가득했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고 걷기만 해도 행복한 날이었다.

이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전화벨 소리였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들어오는, 아주 기분 나쁜 공기가 느껴졌다. 인간에겐 초능력이 있다. 그 기분 나쁜 전화벨 소리, 신의 알람이었다.

"전기자, 본부장님께서 오늘을 못 넘기실 것 같아. 준비해."

두려웠다. 차라리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라 믿고 싶었다. 10개월의 췌장암 투병을 이어나가면서도 주변을 챙기던 모습을 떠올리니 건강이 좋아지진 않아도 나빠지진 않고 있어서 곧 퇴원하진 않을까 믿고 있었다.

의지가 강한 분이었기에 병원에선 저렇게 말을 했어도 몇 시간 후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전기자, 어디 취재 나갔어? 오늘 기사 몇 건 작성 안했네"라며 연락을 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잠시 곧 절망으로 다가왔다.

삶은 타이머처럼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어느 순간 타이머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간다고 인식을 하고 있지만 하루를 죽어가는 삶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불편한 사실이다.[사진=시계 화면 캡쳐] 2021.04.12 kh10890@newspim.com

갑작스러운 죽음에 마음속에 꼭꼭 묻어놨던 말들을 전하지 못했다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몇 번의 기회는 있었지만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생각에 표현을 잘 안 했던 것 같다.

문득 나도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 질환 등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100살까지 살 거다.)

내 삶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라 생각하고 보내보기로 했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감정이입이 쉽지는 않을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삶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좋을 것 같았다.

◆ 오전 6시 30분, 하루의 첫 시작

부모님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다. 그래서 아버지는 평일에 혼자 식사를 하실 때가 많았다. 차린건 장어를 구운 것 뿐이지만 진수성찬이라고 좋아하셨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눈을 떠보려고 해도, 떠지지 않는 이른 아침이었다. 5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을 3개나 종료 시킨 이후에나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식사를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차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평소엔 늦잠 자느라 출근하는 모습도 못 보는데 이 정도 밖에 못 차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 오전 9시, 처음 그리고 마지막

내가 떠난 이후에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꿀팁들을 적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내가 갑작스레 떠난 이후 슬픔 뒤엔 누군가는 당황·원망할 것이 뻔했다. 마무리를 잘해야 했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나만의 노하우와 비상연락처 등을 문서에 담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이곳에서의 처음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앞에 버젓이 있는 리얼돌 체험방을 없애보려고 신고도 하고 기사도 써봤고,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화장실, 대중교통, 관공서 등을 찾아 나서며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사를 쓰고, 민원을 넣어봐도 잠시 변하는 척만 할 뿐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회의감에 기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때 마음을 잡아준 사람이 본부장님이었다. "기자인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욱 변하지 않을 거다. 좋은 결과를 이뤄내지 못했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노력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겠냐고"

◆ 오전 11시 30분, 소소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것들

건강이 부쩍 나빠져서 운동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핑계만 늘었다. 푸르른 나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진작에 올걸.[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가 아닌 30살의 나로서는 잘 살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건강은 잘 챙겼는지, 주변은 잘 돌봤는지 돌이켜보니 일 외에는 열심히 한 것이 없었다. 서툰 것 투성이었다. 신체적 건강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정신적 건강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을 열심히 하면 내 인생도 잘 돌본 것이라 생각했기에.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로 늦었다던데 그래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원으로 향했다. 산책 후 모닝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갖고 싶었는데 평소엔 이것도 사치처럼 느껴져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럴 시간에 잠을 더 자겠다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 오후 1시, 그때는 몰랐던 것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군복무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광주시청 잔디숲 광장에로 군복무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2015년에 광주시청에 건립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내 인생과 가치관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군 복무 시절을 회상했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많은 시위들을 겪었다.

몇 층인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빌딩의 건물 앞에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노동자들의 시위,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탑승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시위 등 사연은 다양했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아니어도 이들도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해서 전역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식 사 먹을 돈을 쪼개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쌀을 기부했고, 홀몸 어르신들에겐 아들·손주가 되어드렸다.

환경 문제에도 관심 있었다. 길거리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쓰레기장은 꽃밭으로 만들었고, 누군가 배려 없이 뱉어 까맣게 변해버린 껌딱지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로 얼룩진 벽에는 이끼로 그래피티를 그렸다.

대학교 3학년 땐 광주·전남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이렇게 계속 의미 있는 삶을 고민하던 중 기자를 꿈꾸게 됐다.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서.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들도 많아지면서 '좋은 일도 일단 나부터 뭐든 갖추고 좋은 일을 해야지'라며 핑계를 삼곤 했다.

대학생 시절보다 경제적 능력은 증가했지만 마음은 가난해져만 갔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와서야 깨달았다. 학창 시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경제적으로 풍족해서가 아니었단걸. 

◆ 오후 2시, 고마웠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돈쭐(?) 내줘야 하는 가게 중 하나. 이런 진수성찬이 나옴에도 1000원이다. 사장님은 식당 운영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인근 보험회사에 취직해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은인들에게 꼭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다. 마음은 늘 있었지만 연락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반가워하지 않을까 봐 연락을 주저했던 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은 1000원 밥상으로 유명한 '해뜨는 식당'이었다. 어려운 이웃의 배고픈 설움을 달래주는 식당이라는 뉴스를 접한 뒤 나도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고 쌀 기부도 몇 번 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말만 번지르르 하고 몇 년 동안 찾아뵙질 못했었다.

몇 년 만의 방문이라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이게 누구야! 왜 이리 오랜만에 왔어. 어떻게 사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연락처도 몰라서 소식을 접하질 못했는데 이렇게 얼굴 봐서 좋다"고 격하게 반겨주셨다.

그러고는 얼른 자리에 앉으라며 뜨끈한 된장국에 고봉밥을 내어주셨다. "사장님 그리고 이 맛있는 된장국이 정말 그리웠는데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사는 게 다 그렇다. 마음만 있었으면 된 거지. 앞으로 자주 찾아오라"고 했다.

여자친구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몇 번 사준 적이 없었다. '네가 꽃인데. 무슨 꽃이야'라고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그 돈으로 밥 한 끼 사먹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식사 후에는 꽃을 사러 갔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꽃 선물을 받아본 지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네가 꽃인데'라고 얼버무렸던 게 마음에 걸렸다. 꽃집에서 제일 예쁜 꽃다발을 추천받아 선물했더니 어린아이처럼 까르륵하면서 좋아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 더 자주 많이 사줄 걸 그랬다.

◆ 오후 5시, 가족에게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힐튼호텔 객실에 하트 모양으로 불이 켜져 있다.[사진=뉴스핌DB] 2020.11.27 kwonjiun@newspim.com

엄마. 늘 받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가면 효도해야지. 군대 전역하면 효도해야지. 취업해서 돈 벌면 효도해야지. 늘 해야지 마음만 먹고 실천에 옮기지도, 표현하지도 못했습니다. 자식이니까 당연히 뭘 해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컴퓨터 보느라 눈이 아프다고 할 때도, 다리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고 할 때도 대충 만지작 하기만 할 뿐. 사랑을 받는 것만 알지 돌려주지를 못했습니다. 

아빠. 30여년간의 몸담은 직장을 퇴직한 이후에도 사회에 봉사하겠다며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겠다고 했을 때 차마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시라고 하질 못했습니다. 다른 아버지는 퇴직 후에 편히 여행도 다니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즐기면서 산다고 하던데 제가 못나서 아버지도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늘 슈퍼맨 같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흰머리가 생겨나고, 주름이 한 줄 두 줄 늘어갈 때마다 제가 뭘 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애써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물질적인 걸 바란 게 아닌 그저 대화 몇 마디 건네는 걸 원하셨단 걸 알면서도 으레 말 안 해도 알겠지. 부끄러워서 표현을 못 했습니다.

형. 긴 말 안 해도 통하는 사이. 그래서 긴 말이 필요 없는 사이. 다만 부모님 속은 썩이지 말기를.

이런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힘들어도,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아빠니까 많은 것들 포기하고 저에게 양보했던 것 잘 압니다. 그러니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엄마·아빠의 부모님이 될게요. 제가 받았던 사랑, 그 이상으로 돌려줄게요. 엄마·아빠의 아들이라 행복했고,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 오후 7시, 친구와 작별 인사

삼겹살 사준다니까 시험공부도 미루고 나오던 녀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삼겹살에 막걸리 한잔하자고 했다. 최후의 만찬으로 이보다 나은 게 없었다. 잔을 기울이며 마음도 표현했다. 덕분에 좋은 추억만 갖고 떠난다고. 

◆ 오후 10시, 그래도 행복했다

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것이 꿈이었기를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30년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마냥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녔다.

학창 시절 친구랑 싸우고 눈탱이 밤탱이가 됐던 기억, 서류 내는 족족 떨어졌던 기억,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 "자냐"고 물은 뒤 "얼른 자라"며 악의적으로 괴롭히며 밤잠 설치게 했던 옛 회사 본부장님, 이상한 트집 잡아 욕하던 선배들. 어렵사리 지워낸 기억들.

미워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좋은 기억만 가져가고 싶기에 당신들을 용서하려 합니다. 그래도 당신들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故지영봉 본부장님, 부디 지금 계신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지영봉 본부장님. 저희 곁을 떠나신지 벌써 1주일이나 흘렀네요.

믿기지가 않아서 현실이 아니라 꿈이길 바랐습니다. 차라리 술을 많이 마셔서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통화에서 "전기자,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던 본부장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틀리셨습니다. 저야말로 본부장님께 받기만 했을 뿐입니다. 부디 지금 계신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본부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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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에 도전한 새 비만약 '에페' 가격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의 국산 비만 신약 '에페'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86%를 장악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든다. 후발주자인 만큼 자체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국내 환자 임상 데이터, 기존 병·의원 영업망을 앞세워 선발 제품 중심의 처방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실제 처방 전환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와 장기간의 처방 경험을 쌓은 데다 대표 임상에서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제시했다. 에페가 연매출 1000억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격에 민감한 신규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GLP-1 치료제 사용자의 선택까지 끌어와야 한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목표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허가 이후 연내 출시가 목표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 가격 경쟁력 갖췄지만…출시 이후 기존 제품 인하 변수 에페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주 1회 투여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약물이 체내에서 오래 작용하도록 한 한미약품의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에페가 진입할 시장은 이미 선발주자 중심으로 2강 구도가 형성돼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4년 2426억원에서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확대됐다. 이 중 위고비와 마운자로 판매액은 각각 4833억원, 2209억원으로 두 제품이 전체 시장의 약 86%를 차지했다. 후발주자인 에페가 내세운 무기는 가격이다. 한미약품은 최종 공급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4주 투약 기준 10만원대 가격이 거론된다. 현재 위고비의 시작용량인 0.25㎎의 4주분 공급가는 21만6000원, 마운자로의 시작용량인 2.5㎎은 27만8000원 수준이다. 한미약품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체 생산체제가 있다. 회사는 경기도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에페를 직접 생산한다. 외부 생산 의존도를 낮춰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격만으로 선발주자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는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둔 지난해 용량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시작용량 공급가를 기존 37만2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약 42% 낮췄다. 경쟁 제품 등장에 맞춰 선발주자가 가격을 조정한 전례가 있는 만큼 에페 출시 이후 추가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만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은 체중 감량 효과다. 한미약품이 공개한 에페 임상 3상 40주차 중간 결과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였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79.42%, 10% 이상은 49.46%, 15% 이상은 19.86%였다. 선발 제품들은 글로벌 임상에서 더 높은 체중 감소율을 제시했다. 위고비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1961명을 대상으로 한 STEP 1 임상에서 68주 투여 후 평균 체중이 14.9% 감소했다. 체중이 5% 이상 줄어든 환자는 86.4%, 10% 이상은 69.1%, 15% 이상은 50.5%였다. 마운자로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한 'SURMOUNT-1' 임상에서 72주 후 평균 체중 감소율이 5mg 투여군 15.0%, 10mg 19.5%, 15mg 20.9%로 나타났다. 15mg 투여군에서는 70.6%가 체중을 15% 이상 줄였고, 56.7%는 20% 이상 감량했다. 다만 에페와 위고비, 마운자로의 임상은 투약 기간과 대상 환자, 용량과 시험 설계 등이 달라 체중 감소율을 단순 비교해 우열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 현재 공개된 에페의 임상 수치는 40주차 3상 중간 결과다. 한미약품 비만 신약 '에페' 로고 [사진=한미약품] ◆ 국내 환자 448명 임상으로 차별화, 브랜드·시장 경험은 숙제 이에 한미약품이 강조하는 에페의 차별점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확보한 임상 데이터다. 에페 임상 3상은 국내 성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위고비 역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환자 대상 임상을 진행했지만 에페는 3상 전체를 국내 비만 환자로 구성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환자로 구성된 임상을 통해 한국 진료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다만 국내 환자 대상 임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기존 치료제보다 높은 효능이나 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에서 체질량지수(BMI) 30㎏/㎡ 미만 여성 환자의 평균 체중은 12.20%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이를 토대로 고도비만 환자뿐 아니라, 비만도가 낮거나 장기적인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까지 처방 수요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가 GLP-1 비만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구역과 구토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기존 제품 대비 낮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구역과 구토는 비만치료제의 투약을 중단하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경험에 있어서는 선발주자의 우위가 뚜렷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각각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라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제품으로, 해외에서 이미 대규모 판매와 처방 경험을 축적했다. 환자들의 실제 사용 경험과 장기 데이터가 쌓였다는 점도 후발주자인 에페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다. 반면 한미약품은 국내 병·의원을 대상으로 구축한 영업망과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영업망을 치료제 처방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에페를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등 회사가 내세운 강점을 처방 확대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페는 가격과 국내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에서 차별화 요소가 있지만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높은 인지도와 처방 경험을 확보한 제품"이라며 "후발주자인 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의 선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고 봤다. sykim@newspim.com 2026-09-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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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일정 최소화 '18일 회견' 준비 몰두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17일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고 회견 준비에 몰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을 하고 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외교 일정으로 숨가쁘게 지냈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일정을 18일로 정한 것도 외교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하루 정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상 목요일에 열던 수석보좌관회의도 없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을 접견하는 일정만 소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녁 기자회견에서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청와대 "국민이 궁금한 국정 현안, 진솔하게 소통할 것" 이 대통령은 비롤 사무총장 접견 외 나머지 시간은 회견 준비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서 분야별 핵심 쟁점과 추진 방향을 보고받고 예상 질문을 추려 답변을 거듭 다듬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견은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다.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마무리 발언을 합쳐 90분가량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 명이 참석한다. 질의응답은 정치·외교와 정책·경제 두 분야로 나눠 주제 제한 없이 진행하고 실시간 국민 댓글도 소개한다. 청와대는 회견 제목을 수식어 없이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정했다. 회견장 배경막에는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라는 문구를 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확고한 개혁 의지와 민생 최우선 국정 기조, 더 단단한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하는 국정 현안을 진솔하고 충실하게 소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건주 기자 =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생중계되고 있다. 2026.06.08 kunjoo@newspim.com ◆연임·공소취소·파병 정치 현안에 부동산·증시 민생 현안 산적  회견의 관심은 산적한 현안에 이 대통령이 과연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인지다. 특히 공소 취소와 연임 헌법 개정(개헌)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9월 중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줄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앞장서 주장했던 김승원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고 민주당 주도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야권의 공세는 더 거세졌다. 인사 검증 문제에 대한 언론의 질의도 예상된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고 김승원 후보자는 '식약처 청탁 의혹'에 휩싸였다. 미국 요청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와 대미 투자 협상 관련 질문도 이 대통령에게는 고난도 문제다.  민생 현안으로는 부동산이 첫손에 꼽힌다. 정부는 취임 후 8·13 대책을 포함해 6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 가격이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3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운 최장 기록(85주)에 바짝 다가섰다. 강남 3구 집값은 약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 품귀와 월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효과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6.08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이번엔 어떤 답 낼까 이 대통령이 앞서 일부 현안에 짧게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대체로 원론적 언급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연임 개헌 논란을 두고는 프랑스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9일(현지시간) 파리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대통령)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했다. 취임 초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니는 이유를 설명하는 차원의 언급이었지만 연임 논란을 의식한 우회적 입장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공소 취소와 관련해서는 지난 6월 8일 진행한 취임 1주년 회견에서 "(조작기소 여부의)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당시 공소 취소 특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결론적으로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최소한의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인다. 주관적 판단은 있지만 객관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 꽤 많다"며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고 없으면 그냥 놔두면 된다.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된 게 아니면 놔두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공소가 잘못됐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여권에서도 "공소취소·연임 명확한 입장 내야" 목소리 강해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이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자회견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동안의 오만과 무능부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부동산과 이란 파병 문제 등 모든 정책에서 국정 기조 대전환을 선언하고 국민이 납득할 분명한 답을 내놓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자회견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정 현안을 두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공소 취소는 정무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니 대통령이 언급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연임 개헌이나 공소 취소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향후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6.08 [사진=청와대] ◆9주 연속 지지율 하락…추석 전 기자회견, 반등 할까  이번 기자회견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지지율 반등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4일 공개한 9월 2주차 주간동향(에너지경제신문 의뢰, 7~11일, 무선 자동응답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9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인 33.8%였다. 부정평가는 63.3%로 처음 60%대에 올라섰다. 리얼미터는 외교 행보에도 개각 인선 논란과 호르무즈 파병 검토,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 데다 진보층과 20대 이탈이 더해진 것을 하락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시사IN 의뢰, 6~8일,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무작위 전화걸기 전화면접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치인 중 2위로 내려앉았다. 이 대통령은 2021년 이후 해당 조사에서 줄곧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1위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 1위를 내줬다.  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한다' 35.9%, '불신한다' 50.4%였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1.2%, 불신한다는 응답이 34.1%였다. 신뢰와 불신의 국민 평가가 1년 만에 뒤집어졌다.  the13ook@newspim.com 2026-09-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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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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