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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1주일간 배달음식만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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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술을 거하게 마시고 집에 오니 뜨끈한 국물이 당겼다. 해장하려고 배달앱을 뒤적이니 국밥 한 그릇만 시켜도 순대와 만두를 준다는 리뷰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시키려고 보니 '최소 주문금액'이라는 함정이 있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포기한 나에게 사이드 메뉴 하나쯤은 괜찮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와야 진정한 국밥 아니겠는가, 배달로 시켰어도 20분 만에 도착한 걸 보고 감탄하며 허겁지겁 다 먹고 배를 채우니 그제야 달리 보이는 것이 있었다. 플라스틱 배달 용기였다.

배달 용기가 많이 온 것과는 별개로 국밥 흡입하고 있는 전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먹기 전엔 분명 푸짐해서 좋았는데 치우려고 보니 골치 아픈 쓰레기 더미로 바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배달앱 VIP가 될 동안, 편리함만 생각했지. 이 많은 쓰레기엔 단 한 번도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차마 배달 음식을 다신 시키지 않을 용기도 나진 않았다. 

이걸 계기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심코 먹던 배달·포장음식에서 플라스틱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어차피 먹을 거라면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해서. 5월 7일부터 13일까지 체험해봤다.

◆ 순대국밥 한 그릇 배달시키니 플라스틱 7개가 왔다

배달 첫 주문 메뉴는 국밥이었다. 밖에선 단돈 만원도 안되는 금액에 이렇게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이 어딨냐고 국밥만 찾던 나였지만 배달로 국밥을 먹은 건 처음이었다. 배달은 역시 치킨이니까(물론 다른 메뉴들도 맛있습니다. 사장님들).

식당에서 이렇게 나왔다면 인심 좋은 가게였겠지만 배달에서 푸짐함은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조금이라도 식기 전에 얼른 먹으려고 비닐봉지를 뜯으니 플라스틱이 7개나 됐다. 무슨 국밥 한 그릇에 배달용기가 이렇게 많이 오나 봤더니 국물 따로, 밥 따로, 새우젓, 김치 모든 것을 별도로 담아왔다. 사장님은 이렇게 푸짐하게 보내야 손님들이 좋아하니까 많이 보냈을 거다.

단골 가게였다면 빼달라고 요청을 했겠지만 처음 시켰기에 무슨 반찬이 오는지도 몰라 빼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어서 먹지도 않을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기까지 덤으로 받았다.

◆ 최소 주문금액 맞추려 추가 주문

치킨은 종이박스에 배달 와서 플라스틱 걱정이 없을 줄 알았더니 그것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녔다. 치킨무와 소스가 있었다. 먹는 모습이 돼지 같아서 독자의 안구보호를 위해 블러처리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배달앱으로 주문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짜장면 한 그릇만 먹고 싶어도 가게마다 설정한 금액 이상을 채워야 해서 미니 탕수육을 시킨다거나 군만두를 추가한 경험 말이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OO 요리사'지만 평일이었기에 다른 요리사에게 부탁하려고 앱으로 1인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최소 주문금액이 채워지지 않아 군만두를 추가했다. 

금액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시켜서 남은 음식이야 배불러도 다음 끼니에 또 먹거나 해도 되지만 쓰레기는 그게 아녔다.

치킨도 마찬가지였다. 플라스틱을 피하려 종이박스에 배달하는 가게를 찾았는데도 어김없이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그 존재는 바로 소스와 치킨무였다. 이번에도 부족한 금액을 채우려 소스를 추가하다 보니 3개의 플라스틱가 덤으로 딸려왔다.

◆ 플라스틱 산 기억은 없는데

1주일 간 배달음식 먹은 걸 쌓아보니 이만큼이나 됐다. 사실 더 있었지만 설거지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양념들과 냄새 때문에 버린 것도 많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아침밥을 제외하고 1주일 간 점심·저녁을 배달음식으로만 먹으니 총 17번을 주문했다. 1주일 7일에 점심·저녁 매 끼니를 합치면 단순 계산해봐도 14번인데 왜 17번이냐면 야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치맥(치킨+맥주)이 고팠다. 

배달용기들을 한곳으로 모아서 세어보니 크고 작은 플라스틱들이 100개에 육박했다. 이것들을 쌓아 올리면 기자의 키를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실력이 모자라 높이 쌓는데는 실패했다.

◆ 코로나가 바꾼 식문화...플라스틱 '멈춰'

지난해 취재차 방문한 재활용 선별장.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약 1년 사이 플라스틱과의 거리두기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4 kh10890@newspim.com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평균 848t이 발생했다. 2019년도와 비교했을 때 15.6% 증가한 수치다.

무게로만 계산하면 어느 정도 나오는 건지 감이 안 잡혀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녹색연합은 지난해 음식 배달 서비스에 따른 플라스틱 배달용기 쓰레기가 하루 830만개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도 감이 안 잡힐까 봐 또 다른 차료를 찾아보니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벨기에 이어 세계 2위라는 환경부의 발표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만큼 플라스틱과 거리두기를 할 수는 없을지 검색해보니 '용기내 챌린지'라는 것이 있었다.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음식 포장·식재료 구매 시 용기를 사용하는 캠페인이란다. 기자도 동참해봤다.

◆ 커피 테이크 아웃은 텀블러에

직장인의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모닝커피'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우선 용기내 챌린지 단계를 정해봤다. 가장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해보기로 했다. 레벨 1단계는 직장인의 생존 필수품인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 가는 거였다. 레벨 1단계답게 시작은 순조로웠다. "커피는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한마디면 됐다. 평소에도 몇 번 해봤으니까 어색하지 않았다.

텀블러를 사용하니 편리한 점이 많았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서 카페에 머무르기는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머그잔에 받고 중간에 일이 생겨서 나가면 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던 이 모든 고민을 해결해줬다.

원하는 속도로 마시다가, 카페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땐 언제든 남은 커피를 들고 나가면 됐다.

◆ 용기내서 용기를 냈다

시장에서 파는 닭강정을 냄비에다 포장하는건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3 kh10890@newspim.com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탕수육에 맥주 한잔하기 위해 미리 배달을 시키려고 배달앱을 켰다. 요청사항에 "일회용품 말고 다회용기로 포장해 달라"고 적었더니 이내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은 배달대행을 쓰기 때문에 다시 회수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 다회용기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다음에 매장 가서 꼭 먹겠다고 아쉬움을 가득 안고 주문취소를 하고나니 시장에서 파는 닭강정이 눈에 띄었다. 탕수육이나 닭강정이나 어차피 매한가지 튀김이라는 생각에 행복 회로를 돌리며 집으로 전력 질주를 했다.

방금 막 튀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튀김에 진한 양념을 버무린 닭강정을 보니 탕수육 생각이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집에서 가져온 냄비를 막상 건네려니 아주머니가 안된다고 거절하진 않을까 겁도 났다. 용기(container·容器)내 챌린지가 수줍은 많은 나에겐 다른 의미의 용기(courage·勇氣)도 필요했다. 레벨 2단계쯤이었다.

사장님은 짜장면을 다회용기에 받아가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혹시 유튜버냐고 물었다. 그래서 조금 창피했다.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 뿐인데 [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4 kh10890@newspim.com

레벨 3단계로 더 큰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전날 주문취소 했던 중국집으로 찾아갔다. 막상 찾아가려니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혹여나 퇴짜 맞을까 봐. 쭈뼛거리며 오늘은 다회용기를 직접 가져왔으니 여기다 짜장면을 포장해 주면 안 되냐고 하니 사장님은 "혹시 유튜브 하세요?"라며 구독할 테니 알려달라고 했다. 아니라고 했더니 서로 웃음이 터졌다. 

민망해서 말을 돌렸더니 일회용 수저, 젓가락을 주지 마라고 한 사람들은 많아도 다회용기를 가져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뭘 해줄 건 없고 넉넉히 담아주겠다며 짜장 소스를 용기가 넘치도록 서비스를 받았다.

◆ 소비자만 각성할 게 아니라

플라스틱을 안쓰고 싶어도 대형마트에선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야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4 kh10890@newspim.com

사실 한국은 그동안 세계 최상위권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환경부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폐기물 재활용률은 2017년 86.4%, 2018년 86.1%를 기록했다. 국민 의식은 그만큼 최상위권이라는 이야기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면 저절로 따라갈 것이라며 늘 환경오염의 문제를 소비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연일 탈플라스틱 캠페인 '고고 챌린지'에 참여한다는 기업, 단체장들의 기사가 나오지만 실제로 해당 기업, 관공서에서 참여를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챌린지에 참여한 본인부터도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기업·관공서의 참여와 별개로 나 자신부터라도 최대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대형마트를 찾아가 식료품을 사려고 보니 과일·채소류는 처음부터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텀블러 가져가', '다회용기 가져가'라고 시민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기업, 일회용품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에서 먼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였다.

체험이 끝난 뒤에도 짜장면을 먹기 위해 다회용기를 가져가고, 치킨을 먹기 위해 냄비를 가져갈 순 없겠지만 평소 생활에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소비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신경 쓰게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5.14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앞으로 배달을 시키지 말자는 게 아니다. 나 조차도 그럴 용기는 없으니까. 다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방법, 생분해 용기 등 소비자·기업·정부에서 다각도로 고민해보자는 거다. 어떤 것들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라는걸 겪게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서로 의견을 모으고 고민해보는게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가 쌓여서 큰 변화가 될 것이라 믿기에.

여기까지 읽었다면 두 가지 부류로 나뉠 것 같다. 첫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텀블러 사용에 동참할 사람. 둘째, 불편·번거로움을 이유로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할 사람.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되겠습니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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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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