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어카운트 잔고 138조4700억원...최대치 기록
랩 고객수 182만·계약건수 200만 돌파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랩 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만큼 랩 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 잔고는 138조47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대비 4608억원 증가한 수치로 월 말 기준 역대 최고치다. 지난 2016년 9월 말 100조원을 돌파한 랩 잔고는 이후 100조~120조원대를 오가며 3년 넘게 정체되다 지난해 4월부터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꾸준히 늘어난 랩 가입 고객수도 올 3월 말 182만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랩 계약건수 역시 사상 처음으로 200만건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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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는 포장한다는 뜻을 지닌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이다. 증권사가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고객의 자산구성부터 운용, 자문까지 관리해 주는 일종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랩 어카운트는 고객이 투자 비중 조절, 편입 자산 변경 등과 관련해 본인 의견을 투자에 반영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국내 주식 외에도 해외 주식, 펀드, 채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한 부분이 장점으로 꼽힌다.
랩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잇따라 터진 사모펀드 부실 사태 여파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직접투자와 함께 여전히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랩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수수료를 내고 굳이 증권사에 본인들의 자산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크고, 주식 시장 흐름에 끌려다니길 원치 않는 자산가들은 여전히 랩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랩 시장 몸집이 커지면서 증권업계에서도 앞다퉈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연초 메리츠증권은 VIP자산운용의 자문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 글로벌 슈퍼그로쓰랩'을 출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NH투자증권은 전기차, 핀테크와 관련된 해외주식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NH VIP Super Growth 랩'을, 하나금융투자는 뉴딜 트렌드에 맞춰 수혜가 예상되는 글로벌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하나 뉴딜글로벌테크랩 V4'를 출시한 상태다. 키움증권은 국내외 우량 인컴자산을 발굴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월배당 인컴형 랩'과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에 투자하는 'K-뉴딜 주식형 랩' 등의 2종의 랩 상품을 내놨다.
상반기에는 SK증권이 'SK증권 트리니티 수익률전환 자문형랩, 'SK증권 피티알 수익률전환 자문형랩'을,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글로벌 스펙트럼랩7호(플레인바닐라·성과형)', 현대차증권은 미국시장에 투자하는 '나스닥100 숨은 보석 발굴 랩'과 '글로벌 탑티어(Top-tier) 혁신성장 랩' 등 해외투자 랩 상품 4종을 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호황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랩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도 기초자산이 주식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봤는다. 과거에도 주식 시장이 횡보하고, 종목들이 지지부진하면 랩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지금처럼 풍부한 유동성과 많은 호재로 증시가 살아있는 상황이라면 랩 시장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aewkim91@newspim.com